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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는 별이다, 별은 꿈이다 [시즌2]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지난 8일, 9년간의 짧지 않은 시간 KB금융을 끌어온 윤종규 회장의 후임자가 정해졌다. 권력 교체기엔 크든 작든 잡음이 있게 마련이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에서도 깜짝 이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정말 조용했다. 잘 짜인 스케줄에 따라 빈틈없이. 윤 회장은 임기 마지막 이벤트까지 자신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관전자로선 재미없는 광경이다. 뭔가 예상하지 않은 일들이 있어야 시청률이 올라간다. 막장 불패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KB금융 역사에도 막장 드라마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고(故) 김정태 행장과 윤종규 재무 총괄책임자(CFO) 시절, 감독 당국의 징계로 동반 낙마한 이후 수년간 혼돈의 시기였다. 맛있어 보이는 떡 KB금융은 관(官)과 반관(半官)들이 접수했다. 탐욕은 폭주하고, 서로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막장 드라마를 완성했다. 그 혼돈을 끝낸 윤 회장은 3220일을 일했고, 이제 67일 남았다.

9년 임기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분명한 오너십이 있다는 신한금융도 경영권 분쟁 사태를 겪었다. 불을 끄는 데만 6년(한동우 회장 재임)이 걸렸다. 같은 유형의 사태를 겪은 KB금융을 윤 회장이 다시 일으켜 세웠다. 역사에 유례없는 글로벌 유동성으로 금융인으로선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그래도 1등을 아무나 하는 건 아니다. 윤 회장은 그렇게 KB라는 별을 땄다.

이젠 양종희 부회장(후보자)의 차례다. 최종 관문은 남아 있다. 주주총회다.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없다면,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 데 큰 문제는 없다. KB는 그동안 잘 해왔고, 절차적으로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사회도 장시간 토론을 거쳐 추천을 끌어냈다.

옛 주택은행 시절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기념으로 제작했던 홍보 포스터. 당시 모델은 김태희 씨다. 2023년 올해, 양종희 회장 후보자도 활짝 웃었다. [사진=KB금융]
옛 주택은행 시절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기념으로 제작했던 홍보 포스터. 당시 모델은 김태희 씨다. 2023년 올해, 양종희 회장 후보자도 활짝 웃었다. [사진=KB금융]

이번 차기 KB금융 회장 추천 과정을 보면, 몇 가지 재밌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차 숏리스트엔 내부 4명, 외부 2명이 올랐다. 관전자로선 비공개 외부 2명이 신경 쓰였던 건 사실이다. 지난 2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예상하지 못했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올랐기 때문이다. 장관급 관료를 지낸 인물이 공적자금을 모두 갚고 민영회사로 새롭게 출발한 금융그룹 회장에 오르는 건 누가 봐도 편하진 않다.

내부 4명은 각 섹터, 정확히는 각 채널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양 후보자는 옛 주택은행 출신이다. 허인 부회장은 옛 장기신용은행의 대표 주자다. 이동철 부회장의 본적은 옛 국민은행이다. 박정림 총괄 부문장(KB증권 대표 겸임)은 외부 영입 케이스 중 최상위 직급자다. 장기신용은행은 IMF 외환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비운의 은행이다. 1998년 12월 말일 자로 일찌감치 옛 국민은행에 합병됐다. 그래서 이번 이벤트는 KB금융 4대 문파(門派) 장문인(문주)들의 레이스였다.

2차 숏리스트엔 양·허 두 부회장과 외부 추천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올랐다. 사실상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경쟁이다. 최소한 고 김정태 행장이 두 은행을 합병할 당시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국민-주택의 합병 협상은 2000년 12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4월 23일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무려 23년 만에 합병 은행의 행원 출신이 처음으로 최고 수장을 맡게 됐다.

당시 합병 은행은 옛 국민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하고 은행명도 국민을 채택했다. 합병 은행장은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맡았다. 굳이 따지면 경영자는 주택은행, 나머진 국민은행이 챙긴 셈이다. 주택은행에 행원으로 입행한 양종희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추천된 결과만 놓고 보면, 이번에도 사람은 주택은행이 한발 앞섰다.

'합병한 지 2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국민·주택을 따지느냐'는 말도 맞는다. 양 부회장이 한 언론사에서 시작된 실수로 틀린 프로필이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아직도 채널이 의미가 있느냐? 개의치 말라'고 했다는 얘기는 그래서 더 와 닿는다. 승자의 아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연함을 넘어 담대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KB는 별이다. 두 은행을 합병한 후 곧바로 지금의 CI가 만들어졌다. CI에서 'K'는 별을 형상화했다. '한국 금융의 별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자본주의의 심장이라는 미국 뉴욕 한복판에 한국 금융의 '별' 깃발을 꽂았다(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및 합병 재상장). 조직을 다시 뛰게 하고, 뭉치게 하는 건 꿈이다. 조직원과 많은 사람은 그 꿈을 먹고 산다.

앞으로 양 회장 후보자가 그려나갈 꿈이 무엇인지는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그 꿈이 궁금하다.

2014년 11월 20일 윤종규 씨가 KB금융 회장으로 복귀한 후 만든 KB금융그룹 PR '새로운 도전(손연재) 편 영상
[편집자] P.S. 'KB는 별이다, 별은 꿈이다'는 제목의 기사는 2013년 7월 24일 처음 썼다. 당시 KB금융은 경영진의 반목과 권력 투쟁으로 나락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때다. 안타까웠다. 3705일 만이다. 10년 1개월 22일을 지나 이 제목을 다시 쓸 줄은 몰랐다. 지금은 당시와 달리 좋은 승계 프로그램으로 안정적인 권력 교체를 맞이하고 있다.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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