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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화웨이폰으로 흘러 들어간 SK칩…메모리 유통구조 때문? [유미의 시선들]


메모리 반도체 유통 과정 구체적 확인 어려워…美 제재 움직임 속 韓 기업들 긴장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중국 화웨이가 최근 내놓은 최신형 스마트폰에서 SK하이닉스가 만든 메모리 반도체가 발견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유통구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칩이 화웨이 폰에 탑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도 미국의 제재를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화웨이의 최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화웨이의 최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11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 8일 공개한 '메이트 60 프로'에 사용된 메모리 반도체 중 일부가 SK하이닉스의 △저전력(LP)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D램 제품 △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UFS) 3.1 낸드플래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품은 생산 시기는 올해 20~21주차(5월 하순)으로, 비교적 최근 생산한 반도체인 것으로 파악됐다.

화웨이는 이번에 이례적으로 어떤 프로세서가 쓰였고, 몇 세대 이동통신에 사용 가능한지 등 핵심 특징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에 의뢰해 화웨이 '메이트60 프로'를 해체하자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도입된 이후 화웨이와 더 이상 거래하지 않고 있다"며 강조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수출관리규정(EAR)을 개정해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강화해왔는데, SK하이닉스는 그 해 5월부터 화웨이와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 '우회 수입' 가능성 ↑

화웨이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어떤 루트를 통해 어떻게 구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제3국을 거쳐 중국으로 반도체가 들어가는 '우회 수입'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유통 구조는 SK하이닉스 같은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 외에 대리상을 통한 위탁판매,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창고에 쌓인 메모리를 필요한 기업들끼리 거래하는 비공식 거래, 온라인 거래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제품 유통 경로가 다양해 일일이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중국 내 전자부품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가 활발한 데, 중고 스마트폰을 분해해 얻은 것으로 추정되는 부품 거래도 종종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 마이크론도 동일한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업계에선 이번 화웨이 최신폰에 이들의 칩이 탑재된 것뿐 아니라 향후에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사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제조사와 직접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구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주로 B2B(기업간 거래)로 거래하기 때문에 유통 과정을 세부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우회 경로를 통해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美·中 갈등 속 韓 반도체 또 불똥 튈까 '끙끙'…"직접적 제재 없을 듯"

일각에선 이번 일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악영항을 미칠까 염려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해 중국 공장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 조치를 연장해줄지 여부가 다음달 결정되는 상황에서 자칫 미국의 제재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약 40%를 중국 시안에서, SK하이닉스는 D램의 40%, 낸드플래시의 20%가량을 중국 우시와 다롄에서 각각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한국과 대만 기업은 1년간 적용을 유예하기로 한 바 있다.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메이트60 프로'에 대한 공식 조사를 시작한 것도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다. 미국 상무부는 대중 수출통제 실패 논란과 관련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SK하이닉스 우시 확장팹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우시 확장팹 [사진=SK하이닉스]

다만 시장에선 미국의 제재 강화 움직임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송명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스마트폰 관련) 미국이 SK하이닉스 반도체 판매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면서도 "화웨이가 다른 회사를 끼고 우회 주문한 결과로 보여 SK하이닉스에 직접적으로 제재가 가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건으로 미국이 한국 기업의 중국 내 판매를 제재하는 등 직접적인 불이익을 줄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한국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를 완화하고 있는 현재 분위기가 경색될 우려는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일을 두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이 아직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도 해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8.2%, SK하이닉스 31.9%로, 한국 업체 점유율은 70.1%에 달한다. 스마트폰 10대 중 7대에 한국산 D램이 들어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의 D램 없이 수백만 대에 이르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화웨이가 90% 이상 부품을 중국산으로 대체했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제품을 써야할 정도로 메모리 분야에서 아직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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