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사망보험 계약 전매제도 도입을 가로막는 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우려다. 사망보험 계약을 전매하면 필연적으로 모럴 해저드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도 사망보험 계약 전매제도 도입을 금융당국 차원에서 검토한 적이 있다. 지난 2009년 박선숙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관련 법안(상법 및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개정안의 핵심은 보험사가 전매 동의를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통제 장치도 만들었다. 모럴 해저드 방지의 한 방법으로 체결된 지 5년 이내의 보험계약은 전매를 금지하고, 금융위원회가 정한 최저 전매 가격 이하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게 했다.
당시 법안은 생보사들의 반대로 끝내 입법되지 않았다. 이유는 모럴 해저드 확산에 관한 우려였다. 생보사들은 사망보험 계약을 매매하는 행위가 생명보험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살인하는 식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사망보험 계약 전매 제도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부 보험 연구자가 논문에서 한 번씩 언급할 뿐, 업계나 금융당국 차원에서 제도 도입을 공론화한 적은 없다.
업계는 제도화로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사망보험금을 목적으로 발생하는 강력 범죄가 여전하다. 금융당국도 이런 모럴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올해 7월 계곡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사망보험 가입 심사를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다.
계곡 살인 사건은 지난 2019년 경기도 가평군 북면 도대리 조무락 계곡의 용소 폭포에서 이은해의 남편 윤 씨가 물놀이 중 숨진 사건을 말한다. 이은해는 남편 윤 씨를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뛰어들게 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은해가 사망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남편 윤 씨를 살해했다고 보고 있다.
모럴 해저드 문제를 제외하고도 사망보험 전매는 생보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제도가 도입되면 사망보험 계약의 유지율이 100%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보험사의 실효 계약(보험료 납입을 하지 않아 효력이 상실된 계약)은 줄이고 보험금 지급률은 높인다. 즉 매수인은 사망보험금 수령으로 큰 이익을 거두지만, 생보사는 큰 손해를 보는 구조다.
더욱이 우리나라 보험사는 수년 전 사망 담보를 담은 무·저해지 상품을 대거 판매했다. 무·저해지 상품은 표준형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20~30% 싼 대신 납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사망보험 전매가 도입되면 생보사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생보사가 손해를 고객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전매제도 도입으로 해지율에 인위적인 조정이 생기면 보험료를 인상해 손익을 맞추려는 시도가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보험상품가격 자율화를 도입해 보험료 결정권을 보험사에 주고 있다.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같은 정책성 보험은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지만, 사망보험 등은 보험료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생보사 입장에선 제도 도입을 반길 이유가 없다"며 "도입에 관한 논의가 있다 하더라도 수용할 유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범 기자(0106531998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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