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지난 7월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여교사의 49재를 맞은 4일 오전 9시. 서울시 서초구 서이초에 마련된 추모제에 동료 교사, 학생,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임시휴업에 들어간 학교 정문 앞에는 '선생님을 기억하겠습니다'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화환들이 줄지어졌다.
학교 입구로 들어서면 헌화를 할 수 있도록 추모공간이 만들어져 있고, 포스트잇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추모 공간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꽃들이 쌓여 위로를 전하는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고, 주변 벽에는 교사를 추모하는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들이 붙어있다.
이날 추모제를 방문한 20대 박모 씨는 2년 전 임용고시에 합격해 인천에 있는 한 초등학교의 교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이초 여교사 사건에 대해 "내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회의적이기도 했다"며 "남 일 같지 않아 아침 일찍 준비해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사는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서비스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학급 내 문제가 생겼을 때는 중재로 적극 해결해야 하는 역할이 있겠지만, 그런 문제는 이제 개인 연락 수단을 통해서가 아닌 일정 기간을 따로 잡아 해결할 필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과목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해 왔기 때문에 아이들의 정서를 전문가들처럼 잘 알지 못한다. 이런 차원에서 학교에 관련 인력을 두게 된다면 교사들의 악성 민원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부 교사들은 '공교육 멈춤의 날' 추모 집회를 두고 전날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집단행동 자제 호소문과 징계 방침에 대한 비판과 함께 관련법 개정 등을 조속히 요구하기도 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사들의 사망 소식이 잇따라 이어지면서 교단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무거운 모습이다.
이들은 "지난주 교사 두 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며 "하루빨리 관련법을 어떻게 바꿀지, 교사들을 악성 민원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해 줄지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교사 또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가 해결돼야 교육 환경이 개선될 것 같다. 교육부는 아이들을 빌미로 교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교원단체 등 전국 교사들은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고 연가·병가·재량휴업을 통한 우회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서울 여의도와 전국 각 시도교육청 앞에서 동시다발 추모 집회를 열고 입법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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