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코로나19 기간 면세 업계에서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송객수수료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또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를 업계의 자율에만 맡길지 정부가 개입해 송객수수료의 상한선을 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세미나는 이런 논란이 집약된 공론의 장이었다. 이 자리에서 주성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큰 외부 충격이 발생해 수수료율 경쟁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마련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송객수수료율의 상한을 정하는 방식 등을 우선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송객의 대가로 지급하는 수수료다. 코로나19 시기 항공길이 막혀 중국 보따리상인 '다이궁'이 유일한 판매 통로로 부상하면서 송객수수료는 급격히 증가했다. 2014~2019년 매출 대비 송객수수료 비중은 19.4~22% 수준이었지만 2022년에는 51.5% 수준으로 급증했다. 다이궁이 매출의 큰손으로 자리잡다 보니 면세점들이 다이궁에게 송객수수료를 조금이라도 높게 주며 출혈 경쟁을 벌인 영향도 있다. 현재는 시장 정상화를 위한 업계의 자정 노력으로 30% 안팎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 변호사는 송객수수료 비중을 낮추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면세사업자가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송객수수료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소 면세점 등이 밀려나 면세점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뿐만 아니라 면세점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개인 구매고객 등에 제공하는 할인폭 등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송객수수료 정상화를 위해 주 변호사는 관련 법령을 제·개정해 상한을 규제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법률에 근거 규정을 두자는 것이다.
그는 "송객수수료 규제 형식은 관세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한도는 전문성을 갖춘 행정기관이 시장 상황에 맞춰 규율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 또는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면세 산업의 중심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당장 주요 경쟁국인 일본, 중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관광발전지수가 낮은데 쇼핑을 위한 면세점 역시 규제에 막혀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면세 업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까지 매출액 기준으로 우리나라 면세산업이 글로벌 1위였으나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부터 중국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국내 면세 업계의 영업이익률은 2016~2019년 1.2%에서 6.0%까지 형성됐으나 2020년 -7.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줄곧 2,3위를 유지했으나 2022년 3위, 5위로 밀려났다.
국내 면세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이 중국 면세점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중 하이난 면세점 매출은 2015년 8억4000만 달러에서 2021년 94억7000만 달러로 6년 만에 11배가량 증가했다. 또한 2019년 12개였던 중국 내 시내면세점 수는 2025년 52개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은 자국민에게도 자국 면세점 이용 증대 노력을 펼치고 있어 한국 면세점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조 교수는 중국이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던 것에 대해 "중국 면세점에서 98.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CDFG(중국국영면세점그룹)가 입찰에 참여한 것은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지 보다는 면세사업자의 비용을 증가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면세사업자들은 중국을 의식해 입찰가를 다소 높게 써낸 바 있다.
그는 면세 업계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특허수수료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2014년부터 매출액을 기준으로 해 매출의 1%를 특허수수료를 책정하는데 2013년 이전 면세점 매장 면적을 기준으로 한 정액 특허수수료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업의 영업이익은 타 산업 대비 매우 낮아서 면세 업계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끝으로 조 교수는 "올해 글로벌 면세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영원히 경쟁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며 "면세산업의 역할을 반영한 지원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늘어나는 외국인 방문객에 맞춰 정책을 소비자에게 친화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또한 엔저 현상으로 일본 쇼핑객이 증가하면서 일본 관광객 1인당 구매 단가도 2019년 10월 기준 6만5000엔에서 2022년 10월 19만2000엔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조 교수는 "한국과 일본을 찾는 관광객은 중복돼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우리도 규제를 풀어야 경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 변호사와 조 교수의 발제 이후에는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김정욱 한국개발연구원 소장,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학교 교수, 김영민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장, 김우철 관세청 보세산업지원과장, 홍지원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기반과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영민 기획재정부 관세제도 과장은 "정부에서도 면세 업계의 어려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정부에서 나서서 송객수수료의 상한선을 정해준다면 그 또한 시장의 자율 경쟁을 막고 담함가격을 정해주는 행위 같아서 일률적으로 맞추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코로나19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면세 업계는 송객수수료를 높여서라도 매출을 발생시키자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여 합리적인 대응이었다고 본다"며 "업계의 노력으로 송객수수료가 낮아지고 있는데 중국 단체 관광객도 들어오고 상황이 나아지면 송객수수료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신열 한국면세점협회장은 "업계가 송출수수료를 낮추려는 자정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말이 좋아 자정이지 면세사업자들끼리 논의하면 담합이라는 리스크가 있다"며 "다만 국가에서 송출수수료율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 역시 담합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좋은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엔데믹에도 국내 면세업계는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 1750만2756명까지 증가했으나 코로나19의 발생으로 2020년 251만9118명, 2021년 96만7003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319만8017명이 한국을 찾아 전년 대비 230.7%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다만 업계는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함에 따라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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