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출범 3년 차인 내년에 총 23조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는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총지출은 656조 9000억원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2.8% 증가 수준에 그친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024년 예산안을 논의하며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예산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 확대는 미래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기업활동과 민생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경제 체질을 시장 중심, 민간 주도로 바꿔 민간이 더 활발하게 투자하고 지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역점을 둔다. 이를 위해 민간 투자를 저해하는 '킬러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고 금융시스템은 정비한다.
윤 대통령은 656조 9000억원의 내년 예산 규모에 대해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치 보조금,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히 삭감했고, 총 23조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총지출에서 법정의무 지출, 경직성 경비와 필수 지출을 제외한 정부의 재량 지출 약 120조원의 20%에 가까운 과감한 구조조정이란 설명이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약자복지 실현 △국방·법치 등 국가 본질 기능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3대 핵심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먼저 국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생계급여 지급액을 21만 3000원 인상한다. 윤 대통령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기준중위소득의 30%에서 32%로 완화해 3만 9000가구가 추가 혜택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르신 일자리도 기존보다 14만 7000개 늘어난 103만개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하고 6년 만에 수당도 7% 인상할 것"이라며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에 참여하면서 기초연금을 받으시는 어르신은 월 96만 8000원을 받게 돼 보다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자립준비청년 수당도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하고, 기초 차상위 가구는 둘째부터 지원하던 전액 대학 등록금을 모든 자녀에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치안·국방·행정서비스 등 국가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정도 충분히 투입한다.
윤 대통령은 최근 잇따른 '묻지마 범죄'를 언급하며 "경찰 조직을 철저하게 치안 중심으로 구조 개편하고 예산 배정도 조정하겠다"며 "모든 현장 경찰에게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고 101개 기동대에 흉기 대응 장비를 신규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 홍수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데도 총 6조 3000억원을 투입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는 보 해체에만 집중하고 하천 준설과 정비에는 소홀해 홍수 피해가 더욱 가중됐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의 안전과 치수를 위해 하천 준설과 정비를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군 장병의 후생에 대해선 "장교와 부사관의 복무장려금을 2022년 각각 600만원, 500만원에서 내년에는 1200만원과 1000만원으로 2배 인상해 강한 군대를 위한 인재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병 봉급은 내년에 우선 35만원을 추가 지급, 2025년 '병 보급 200만원'이라는 국정과제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올해보다 2조원 늘린 6조 5000억원 수준으로 편성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과 청년의 해외 진출 등 국익 증진에 도움이 되는 전략적 분야에 중점 편성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ODA 예산을 5배 이상 확대하고, 디지털 분야의 ODA를 대폭 늘리겠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우리 해역과 수산물에 대한 안전감시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하고, 국산 수산물을 안심하고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총 74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이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바이오, 우주 등 미래 산업 생태계를 선점할 2조 5000억원 규모의 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와 같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연구개발(R&D) 협력에 1조 8000억원을 투자하고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올해 지정된 특화단지 7곳에 대해 기반 시설, 저리 융자, 특성화 대학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수출 드라이브 전략'에도 속도를 붙인다. 이를 위해 2조원 규모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신설하고, 청년 창업가들의 자유로운 창업 공간인 '한국형 스테이션F'를 조성하기로 했다. K-콘텐츠 수출 증진을 위한 정책금융도 1조 8000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한다.
출산과 양육 부담을 줄이고 국가의 지원도 확대한다. 윤 대통령은 "내년부터 고위험 산모와 미숙아는 소득과 무관하게 의료비를 지원받게 된다. 아이를 원하는 부부 8만 2000쌍에게도 임신 가능성을 검사하는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출산 가구에 공공 분양, 임대주택을 6만호 이상 우선 배정하겠다. 부모급여를 만 0세 기준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하고,신생아 출산 시에 지급되는 바우처 규모를 둘째부터는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했다.
일과 양육의 조화를 위해 육아휴직 급여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연장한다.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18개월 미만 영아에 대해 부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450만원까지 인상해 지급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마무리하면서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챙기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제출된 200여건의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국무위원들께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우리 민생과 미래 먹거리를 다루는 주요 법안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를 갖고 총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별히 △국가재정법 △채용절차법 △교원지위법 △노동조합법 △우주항공청법 등을 입법을 시작으로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하는 국정과제로 강조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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