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가계대출이 1천조원를 넘어서면서 금융권이 비상이다. 금융당국과 감독 당국은 가계대출 배경으로 은행의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지적하지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는 지난 1월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을 선보였다.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최대 50년간 유지할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출시 열흘 만에 신청 금액이 10조원을 돌파할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은행에는 대출 고객들이 줄을 섰다.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이 일제히 감소하던 시기에 유일하게 정책모기지 대출만이 증가했다. 결국 가계대출은 특례보금자리론 등장 이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공급된 가계대출만 31조원을 넘어선다.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주려던 금융위의 목표와도 거리가 멀다. 1~7월 특례보금자리론 유효신청액 중 신규 주택 구매 목적 비중은 59%, 대환대출은 34%에 그쳤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 변동금리로 갈아타기도 제격이다. 결국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기보다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꼽히는 가계대출 규모만 키운 꼴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6월에 출시한 대환대출인프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감독 당국이 금리인하를 압박하면서, 대출받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고, 대환대출을 위해 1조원이 넘는 신용대출이 이뤄졌다. 7월 신용대출 감소 폭은 5천억원으로 전월(1조2천억원)보다 많이 감소했다.
금융권에선 정부의 '대출 장려 정책' 부작용을 경고해 왔다. 연말에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인프라를 출시하면 가계대출 확장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금융당국과 감독 당국은 뒤늦은 수습에 나섰지만 '대출 장려 정책' 유지에는 변함이 없다. 취약 차주를 위해선 정책 대출이 실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기준을 없애면서 취약 차주를 위한다는 명문도 희미해졌고, 대환대출인프라는 한도와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아 누구나 대환을 위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섣부른 시장의 개입은 정책 실패라는 화살로 돌아온다.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저금리 모기지 상품으로 대출을 장려하던 정부가, 이번엔 대출을 줄이라고 은행들에 지적질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감독 당국은 가계대출 앞에 솔직해질 때다. '대출 장려 정책'에 대한 반성과 수습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