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대상자를 나이로 제한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책 모기지가 아닌 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나이 제한을 두는 것은 이례적인 데다, 대출받아 자가에 거주한다고 해도 평균 거주 기간이 10년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이 출시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가입 조건을 만 34세 이하로 연령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감독 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나이 제한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가계부채 조절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당국은 최근 다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은행들이 내놓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지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사실 대출 만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 줄어들기에 대출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출을 받아 DSR 우회 수단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그간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 대출 만기는 최대 40년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올해 1월 수협은행을 시작으로 지난달부터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기존 대출 상품에 대출 만기 조건을 50년으로 늘려주거나, 아예 신규 대출 상품을 내놓는 방식이었다.
KB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 등 4개 은행의 취급액은 지난 9일 누적 기준 1조2천811억원이다. 농협은행이 지난달 5일 출시한 이래 속속 4개 은행이 상품을 내놓은 것을 고려하면 한 달 새 1조원이 넘는 대출이 이뤄져 많은 편이다.
◆시중은행 주담대에 나이 제한 "이례적"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에 만 34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지난 11일 해당 상품을 내놓은 부산은행은 만 39세 이하 개인 고객 또는 혼인신고일 기준 7년 이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판매한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는 은행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자격 요건을 판단했다"고 전했다.
나이 제한이 없는 다른 은행들은 아직 상품 가입 요건을 변경하지 않았으나 향후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아니라 일반 주담대에 나이 제한을 두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라며 "주택을 매매하면서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출 상환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출 상환 부담이 줄어들어 DSR을 우회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담대 받아도 자가 거주기간 평균 10.5년
문제는 실질적으로 주담대를 실행해도 보통 대출 만기까지 해당 상품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금리가 고정되는 거치 기간이 끝나면 금리 조건에 따라 대출을 갈아타거나 집값이 오르면 주택을 팔고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도 많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21년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5년으로 나타났다. 세입자로 있는 임차 가구는 평균 3년으로 짧았지만, 주택을 보유한 자가 가구만 떼어봐도 평균 10.5년이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은 6.0년, 광역시 등은 7.4년, 도 지역은 9.7년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보통 주담대 상환 기간을 평균적으로 7~8년 수준으로 본다"며 "신혼부부가 주택을 매입해도 자녀가 생기면 상황에 따라 이사 가는 것처럼 여러 이유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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