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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부실공사 방지법' 통과 속도낼까


당정, '건설현장 정상화 국회 법안 추진'으로 용어 수정
전문가 "처벌 강화만 해선 효과 없어…채찍과 당근 적절히 섞어야"
"후분양 방식 고려 등 근본적인 관점 개선 필요"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당정이 건설현장 정상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방치돼 있던 부실공사 방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법안 통과가 속도를 낼 지 주목된다. 여야 모두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덴 공감하지만 입장 차가 있어 법안 통과를 두고 오래 씨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의 대책 발표 후 민주당은 해당 대책을 비판하고 서로 '네탓'공방을 펼치는 등 전세사기 사태 때와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문제는 계속 발생해 온 만큼 규제 강화보다 근본적인 '관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실공사 문제와 관련해 단순히 처벌만 강화하기보다 후분양 방식이나 완벽하게 시공한 업체에게 혜택을 주는 등의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일 오후 경기 오산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일 오후 경기 오산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주 정부와 국민의힘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부실공사 진상규명 TF를 꾸려 건설현장 정상화 5법 입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TF 위원장을 맡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철근 누락 단지 보강공사 현장에서 "지금까지 설계·시공·감리의 뿌리 깊은 악습, 카르텔을 깨지 않고서는 부실공사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며 "설계·시공·감리가 일직선상에서 모두가 서로 견제,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이 살아나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야는 법안에 대한 논의 시작 전부터 삐걱거렸다. 여당이 발표한 건설현장 정상화 5법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 ▲사법경찰법 개정안 ▲채용절차법 개정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이다.

이는 여당이 지난 5월 '건폭' 근절을 주장할 때도 언급됐던 법안들이다. 이에 민주당은 '건설현장 정상화 5법'에 노조를 옥죄는 내용이 담겼다며 반발했다. 이후 김정재 의원은 "노조 관련 법은 이번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며 '건설현장 정상화 5법 추진'을 '건설현장 정상화 국회 법안 추진'으로 정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 따르면 부실시공 재발 방지·처벌 강화, 건설사와 감리사의 안전 관리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부실공사 방지법' 대부분은 국토위에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해 1월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부실시공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발의됐는데 여야 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문제 발생 후 단순히 규제와 처벌 강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한 법안만 내놓고 불안감을 키우는 상황이 반복되자 전문가들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사람들에게 상을 줘온 부분이 있다"며 "이제는 시공을 꼼꼼하게 한 사람에게 완벽 시공상 또는 건물 준공 후 입주민들이 살아보면서 만족하는 경우 상을 주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제도가 있으면 우수한 건물들이 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 기간 단축을 장려하는 행위가 부실공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안 교수는 "부실공사가 발생한 경우 어떻게 벌을 줄지만 고민하는 게 아니라 당근도 필요하다"며 "채찍과 당근이 같이 있어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잘못된 공사에 앞장 선 사람들은 벌을 줘야하지만 LH출신이라도 좋은 설계를 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면 상을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LH출신이라 아예 가점을 주지 않는 방식보다 잘못한 사람들에게만 적정한 처벌을 내리고 모든 건설인들을 비판하는 식으로 가는 상황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산업 전반적인 부실시공 문제와 무량판 구조의 안전성 등에 대한 여러 지적이 있는데 문제점을 과하게 부각하면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등의 사태로 인해 건설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설계 문제도 있고 여러 문제가 꼬여있는 상황인데 무조건 건설사가 문제인 것처럼 낙인 찍히고 규제만 강화된다면 앞으로 주택 사업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송 대표는 "결국 우리나라 구조 내에서 선분양제가 갖고 있는 문제가 나온 부분도 있다고 보인다"며 "수사나 조사도 중요하긴 한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 공공분양은 후분양을 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10일 오후에 예정됐던 국민의힘 부실공사 진상규명 TF는 태풍으로 인해 연기됐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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