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울고 싶은' 잼버리 조직위원회의 '뺨'을 태풍 카눈이 제대로 때려줬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어쩌면 이번 태풍이 진심으로 고마울지 모르겠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잼버리 역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행사 기간 중 끊임없이 논란이 터져나왔기 때문인데, 부실한 행사 준비는 물론 관련 공무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에 참가자들 간 성범죄 의혹까지 불거졌다.
행사가 마무리되는 이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이들에 대한 책임론까지 등장했다. 행사 진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의 하루는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하지 않았을까. 태풍을 핑계삼아 '새만금 잼버리'를 조기종료하고 대원들을 전국 대학과 기업 기숙사 등으로 이동케 했으니 더 이상 새로운 비판꺼리가 당분간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 안도 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
폭염에 쓰러진 대원이나, 휴지도 없고 에어컨도 작동 하지 않는 더러운 화장실, 비도 안 왔는데 바닥이 흥건해 팔레트를 깔아야 하는 야영지, 부족한 그늘 휴식공간, 곰팡이 달걀, 바가지 씌우는 편의점 등이 또 다시 재현될 일은 없다.
하지만 행사 마지막날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조직위원회를 위기에서 구한 태풍으로 콘서트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고, 안전사고 우려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태풍 상륙으로 행사를 조기종료 한 마당에 'K-팝' 콘서트는 강행한다니 걱정스럽기도 하다.
물론 조직위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이번 조치를 두고 조기종료가 아닌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행사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조직위의 해명은 말장난으로 들린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잼버리 역사상 지금까지 야영지를 단체로 이탈해 '관광'으로 이를 대신한 것은 '새만금 잼버리'가 처음이다.
게다가 미국과 영국 등의 잼버리 대원이 폭염과 준비부족 등을 이유로 조기퇴소 후 서울 등지에서 '문화체험'이라는 이름아래 관광을 즐기고 있는 것과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이번 잼버리 조기종료 대응을 두고 조직위원회는 스스로 대단히 만족스러웠던듯 싶다.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조기종료 된 잼버리 후속 조치를 두고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런 상황에 어찌 저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지 놀랍다. 앞서 잼버리 행사 도중 남성 지도자가 여성 샤워실에 들어갔다가 발각됐을 때도 김 장관은 "지금까지 저희에게 얘기된 것은 굉장히 경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성범죄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태를 가볍게 여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정도면 이번 잼버리의 '엑스맨'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무적 감감도, 여론을 읽는 능력도 갖추지 못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다. 여가부를 폐지하려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빅픽처'라면 설명이 가능할 것이란 농담까지 나올 지경이다.
김현숙 장관 말처럼 이번 잼버리는 정부를 제외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정부가 이런 능력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잼버리 역사상 최초의 전원 '문화체험'이라는 국제적 오명을 지금까지 잼버리 심폐소생에 나섰던 기업과 전국민도 함께 지게 됐다는 점에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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