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경남은행에서 500억원이 넘는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금감원이 과거 경남은행 검사를 통해 PF 대출에 대해 지적했지만, 자산 건전성 위주로 살펴보면서 횡령 사고를 잡아내진 못했다.
한 부서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횡령 사고가 일어난 이번 사건은 지난해 우리은행의 횡령 사고와 판박이어서, 지난해 금감원이 발표한 내부통제 혁신안도 무색해졌다.
◆15년간 한 부서 근무하며 횡령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임세진 부장검사)는 2일 오전 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장 A(50)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비롯해 서울 소재의 경남은행 투자금융부 사무실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했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으로부터 A씨의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진행 사실을 보고 받고 자체 감사를 하도록 했다. 그 결과 PF 대출 상환 자금 77억9천만원의 횡령 혐의를 확인하고, 금감원은 지난달 21일 긴급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31일에는 경남 창원의 경남은행 본점에 2개의 검사반 총 12명을 투입해 PF 대출 등 고위험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실태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횡령·유용사고 혐의 484억원을 추가로 밝혀내 총 사고 금액이 562억원(잠정)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발생한 약 700억원 규모의 우리은행 횡령 사건과 닮았다. 우리은행 직원 B씨도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10년간 근무하며 자금을 빼돌렸다. A씨도 B씨처럼 가족 명의를 활용했으며 문서를 위조했다.
A씨는 2007년부터 지난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 PF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2016년 8월부터 2017년 10월에는 부실화된 PF 대출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가족 명의 계좌에 임의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9천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1년 7월과 지난해 7월에는 PF 시행사의 자금인출 요청서 등을 위조해 경남은행이 취급한 PF 대출 자금을 자기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2회에 걸쳐 326억원을 빼돌렸다. 지난해 5월에는 경남은행이 취급한 PF 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상환 처리하지 않고, 사고자가 담당하던 다른 PF 대출을 상환하는 데 썼다.
◆금감원, 경남은행 PF 검사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 말 경남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경영유의 사항 16건과 개선 사항 30건을 통보했다. 경영유의 사항과 개선 사항은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지도 성격의 조치다.
당시 검사는 주로 2021년 시기의 내용이 주 대상이었는데, 당시 A씨는 PF 부서에 근무 중이었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경남은행이 부동산 PF에 대해 사업장별 사업성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건전성을 분류하지 않고, 대출 상환이 장기간 지연될 때마다 자산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등 관련 업무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시공사 신용평가 업무는 책임자급 이상이 해야 하는데, 일부 시공사에 대해 실무자급에서 수행하고 있어 관련 업무를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전 검사는) PF 대출의 사업장이 제대로 가동되는지, 건전성 분류가 제대로 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었고, 이번 횡령 사고는 PF 대출의 사업 진행과 관계 없이 돈이 오가는 자금 관리 문제여서, 검사 대상과 영역 자체가 달랐다"고 해명했다.
◆금감원 '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 작동 안 해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 사고를 계기로 '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번 경남은행 횡령 사고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당시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동일 부서의 장기 근무자의 감축이었다.
장기 근무자는 순환 근무 대상 직원 5% 이내 또는 50명 이하로 관리하기로 했다. 장기 근무자는 동일 영업점 3년, 동일 본점 부서 5년 초과 근무 직원이다. 이 중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계좌·실물 관리를 하지 않는 업무 지원 부서 직원 등은 순환 근무 적용 배제 대상이다. 관리 비율 준수 의무 등은 인사 관리 측면을 고려해 오는 2025년 말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해 5월에 전 은행에 자금관리체계 등 자체 점검을 지시했었으나, 역시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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