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정부가 물가 안정화를 위해 소주와 맥주 등 주류 가격을 할인해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소비자들은 내심 기대하는 눈치지만, 판매 현장에서는 당장 가격 인하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31일 내수 진작을 위한 주류 할인 및 원가 이하 판매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긴 주류고시 유권 해석을 한국주류산업협회 등 유관기관에 전달했다.
이번 국세청의 해석을 통해 당장 주류 할인판매가 가능해 졌지만, 주류 유통 채널에서는 당장 할인 판매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먼저 대형마트 업계는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일 뿐 구체적 할인 계획은 없다. 대형마트는 지금도 이벤트성 '할인쿠폰'을 비치해 두고, 이를 제시하면 병당 100원 가량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구체적 할인 계획은 세우고 있지 않다. 현재 4캔에 1만2천원인 수입맥주 등의 가격 인하 가능성이 점쳐 지지만, 업계에서는 일시적 행사는 가능해도 상시 행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통 업계가 상시 주류 가격 인하를 고심하는데는 가격 할인폭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가격 할인을 통해 물가 안정을 꾀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향후 정부 정책 의도에 맞는 할인 이벤트를 열 계획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류 판매의 경우 최소한의 마진을 붙이고 있어 할인 판매를 위해서는 자체 마진율 축소해야 한다"며 "이벤트나 미끼 상품용으로 일시 할인 판매는 가능하겠지만, 이를 지속해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소주를 병 당 5~6천원에 판매하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이번 할인 판매 정책에 부정적이다. 이미 주류 판매는 단순한 술 한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전기료, 가스료, 임대료 등을 음식값과 주류값에 포함해 판매하기에 가격을 인하할 경우 음식값 인상을 불러 올 수 밖에 없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40) 사장은 이번 주류 할인 정책에 대해 "지금도 식당 운영을 간신히 이어가면서, 주류로 매출을 끌어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주류 가격을 내리면 음식값을 크게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손님이 끊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 B(55)씨도 "식당에 와서 소주 가격이 비싸다고 술을 안 마시거나 덜 마시는 사람은 없지만, 음식값이 비싸면 오지 않는 손님은 있을 것"이라면서 "잠시 주류 할인 이벤트성 행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술값을 내려 판매하면 매출 타격이 커져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한편 지금까지 국세청은 관련 고시에 따라 주류 소매업자는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매입 가격 이하로 주류를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국세청은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덤핑 판매, 거래처 할인 비용 전가 등을 제외한 정상적인 소매점의 주류 할인 판매는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내수 활성화와 주류 시장의 가격 경쟁을 통해 물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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