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서울시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새내기 교사의 극단적 선택 배경으로 '학부모 갑질'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카이스트 교수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교권의 훼손이 정말 인과관계가 있는지하는 의문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만약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무도한 태도가 원인이고 이것이 사회적 문제라면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다른 직종보다 높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더 많이 하는 위험 직종이라면 이 호들갑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또 "모든 직종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 직종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어떤 심리 상태에 이르면 극단적 선택을 한다"라며 "이번 사례가 그런 것들과 다른 사례라는 증거가 있는가. 비극적 선택을 하는 사람 중에 교사일 수도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교사의 죽음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사안일 수도 있는 것을 사회적 폭력의 피해자로 단정하기 때문이다.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성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인과관계를 무시한 이런 피해자 단정은 만약 그것이 원인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느 학생과 그 학부모를 살인자와 같은 무서운 사람으로 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사는 지식의 전문가라는 뜻만이 아니다. 피교육자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 직무 범위는 때로 감정 조절에 실패하는 학부모를 상대하는 일도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이해와 준비 없이 교사가 됐고,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천사처럼 구는 직업으로 알고, 자신이 갈등을 감내하는 힘이 얼마인지 모르고 교사를 선택했다면 그것은 직업을 잘못 선택한 불행한 젊은이의 좌절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나는 단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불행한 죽음을 '사회적 문제'라고 단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이다"면서 "특정 학생이나 학부모의 문제라는 유언을 남긴 것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런 위험한 단정들을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죽음 앞에서 이렇게 감정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산 사람들에게 죽음은 애처롭고 슬프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모두 지켜줄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는 일은 옳지 않다. 인과관계도 없는 원인을 지목하고 단죄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며 글을 마쳤다.
앞서 지난달 18일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각에서는 A씨가 일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등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경찰 역시 A씨가 극단적 선택 전 학생 다툼 문제로 접촉한 한 학부모와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지난달 24일 한 학부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A씨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도 분석하는 등 사건을 조사 중이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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