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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추진이냐 매각이냐"…11번가의 고민


투자자와 약속대로라면 올 9월까지 상장 완료해야
시장 어려워 연내 IPO 어려울 전망…매각설도 '솔솔'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연내 상장(IPO)을 목표로 내걸었던 오픈마켓 11번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장 목표 기한이 다가오고 있으나 IPO 시장이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데다, 전반적으로 이커머스 기업 가치가 많이 떨어져 IPO 유인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어 매각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이 직원들과의 타운홀미팅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11번가]
안정은 11번가 사장이 직원들과의 타운홀미팅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11번가]

25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천억원을 투자 받으면서 2023년 9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 상장 예비심사 청구도 이뤄지지 않았다. 연내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7월에는 예심 청구에 들어가야 한다.

11번가가 IPO를 망설이는 이유는 몸값 때문이다. 2018년 투자를 받을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조7천억원으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되고 있다.

2018년 이후 거래액과 방문자 수 등이 증가하는 외형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11번가 입장에서는 현시점에서 IPO에 도전하면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11번가는 지난달 오픈마켓 사업에서 흑자 전환을 이뤘다. 또한 오픈마켓 사업 기준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익이 290억원 개선됐다.

11번가의 사업구조는 크게 오픈마켓 사업과 직매입 사업으로 나뉘는데 오픈마켓 사업은 11번가의 입점 판매자 상품을 중개하는 사업으로, 11번가 거래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11번가는 오픈마켓 사업 흑자전환을 발판 삼아 오는 2025년 11번가 전체 사업에서 흑자 전환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11번가가 '연내 IPO'라는 투자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투자금액을 상환해야 한다. 투자금 5천억원에 8%의 이자까지 더해진다. 혹은 투자자를 설득해 IPO 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다.

이렇듯 연내 IPO가 어려워 보이자 업계에서는 11번가의 매각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11번가의 모회사 SK스퀘어는 최근 IPO가 무산된 또 다른 자회사 SK쉴더스의 몸값을 키워 성공적으로 매각했는데 이 경험을 11번가에도 대입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 인수 당시 3조원 대의 기업가치를 매각 과정에서 5조원으로 인정받았다. 여기에 매각을 통해 약 8천646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신규 확보했다.

구영배 큐텐 사장. [사진=큐텐]
구영배 큐텐 사장. [사진=큐텐]

최근에는 싱가포르 기업 큐텐의 11번가 인수설이 돌았다. 큐텐은 앞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국내 이커머스 3곳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는데 11번가까지 사들여 국내 이커머스 3위로 올라서 미국 나스닥 상장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다만 큐텐의 11번가 인수 의지가 얼마나 강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큐텐이 몸집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11번가를 인수하는 게 확실한 도움이 되겠지만, 인수 금액이 예상보다 높을 경우 자금 사정을 고려해 사지 않는 결정을 할 수도 있어서다. 즉 큐텐은 11번가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정도로 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매각가에 대한 의견을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1번가는 과거 기업가치를 떠올려 2조원대를, 큐텐은 1조원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SK스퀘어는 11번가를 매각하고 싶어할텐데, 다만 큐텐은 매각가로 1조원대를, 11번가는 2조원대를 제시하고 있어 SK측의 속내가 복잡할 것 같다"며 "IPO 시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9~10월 중에는 11번가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아직 IPO 철회를 결정한 것은 아니고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시장 상황이 유리하지 않다는 부분에서 모두가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단계에 대한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워진 것일 뿐 기업 가치가 훼손될 일은 없다"며 "매각은 염두에 둔 적 없고 IPO에 대한 목표를 가진 채 신규 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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