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쿠팡과 CJ제일제당이 납품가를 두고 협상을 지속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반년 이상 장기화 된 협상이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는 평가가 유통업계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 회사가 최근 다른 파트너사들과 협업을 강화하면서 이 같은 분석은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은 이날 하림 즉석밥을 1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중소중견 제조사의 즉석밥 브랜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CJ제일제당을 겨냥한 할인 판매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연말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납품가를 두고 충돌했고, 쿠팡 측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와 물냉면, 햇반 등에 대한 직매입 발주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쿠팡에서는 현재 CJ제일제당 일부 제품을 로켓배송이 아닌 오픈마켓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다.
이날 쿠팡은 The미식(하림) ·올가(풀무원)·테이스틴(종근당건강)·그로서리 서울(이그니스) 등 중소 중견 제조사들이 만든 현미·찰보리흑미·병아리콩 곤약밥 등의 즉석밥 제품을 할인 판매하면서 또 CJ제일제당 제품군과 중복되는 된장찌개·곰탕·비빔면·카레 등 다양한 즉석식품 100종도 가격을 낮춰 제공했다.
앞서 지난달에도 쿠팡은 하림 즉석밥을 100원에 판매해 행사 시작 10여 분 만에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이날 역시 10분 내외로 행사 상품이 매진됐다. 또 매일 하루씩 특정 상품을 선택해 할인판매하는 '골드박스'에 연속적으로 CJ제일제당 햇반의 경쟁사인 오뚜기, 하림, 동원, PB상품 등의 즉석밥 판매에 나선 상태다.
특히 햇반 판매를 중단 한 이후 중소기업 즉석밥 판매가 증가했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CJ제일제당을 자극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도 반(反) 쿠팡연대를 통해 경쟁 이커머스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이날부터 이틀간 롯데온을 통해 햇반, 비비고, 스팸 등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행사를 열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네이버의 '도착보장' 서비스에 지난 3월 입점해 판매를 늘려나갔고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와 가공식품, HMR(가정간편식) 등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등 '탈쿠팡' 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마켓컬리와 '햇반-골든퀸쌈밥'을 컬리 전용상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와 SSG닷컴, G마켓 등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공동 상품 발에 나서 신제품을 신세계에 가장 먼저 공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11번가를 통해서는 '스페셜딜'을 통해 햇반, 스팸, 왕교자 등 35종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며 탈쿠팡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쿠팡과 CJ 관계자는 "양사는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협상은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CJ제일제당이 협상을 지속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둘의 관계는 끝난 것으로 본다"며 "쿠팡과 CJ제일제당이 이커머스와 식료품 브랜드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자존심을 먼저 내려놓기보다 경쟁사의 협업을 통해 서로를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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