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그동안 많이 줄이고 없애는 마이너스 경영을 했는데, 이젠 늘리고 새롭게 창조하는 플러스 경영을 하겠습니다."
취임 551일째를 맞은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가전을 넘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콘텐츠 중심의 무형(Non-HW) 사업과 기업간거래(B2B), 신사업 등 3대 신성장동력을 바탕으로 2030년 매출액 100조원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조 사장은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후 스마트폰, 태양광 등과 같은 비주력 사업을 또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당분간 그럴 계획은 없다"며 "B2B를 중심으로 한 플러스 경영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LG전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최근 몇 년 새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는데 주력해 왔다. 2021년에는 '만년 적자' 휴대폰 사업을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하게 접었고, 지난해 6월에는 BS사업본부 내 태양광 패널 사업을 완전히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희망퇴직을 실시했는데, 이는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돌파구 찾기가 요원하다는 조 사장 등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신 조 사장은 지난 2021년 말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후 수익성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는 워룸 태스크(Task)를 가동하며 실적 및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실제로 LG전자의 연결기준 2분기 실적은 역대 2분기 중 매출액은 최대, 영업이익은 두 번째를 달성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았다. 또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도 뛰어 넘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조 사장은 3대 성장 동력을 앞세워 LG전자를 오는 2030년에 매출 100조원 기업으로 키워나간다는 목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조 사장은 "올해 하반기도 상반기만큼 시장이 우호적일 것 같지 않지만, 기존 사업의 중심이 됐던 가전과 달리 새로운 모멘텀이 되고 있는 무형사업, B2B, 전장 등에선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 같다"며 "뚜렷한 변곡점 앞에선 LG전자가 앞으로 3대 성장 동력을 기반으로 어떻게 퀀텀점프 할 지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또 이에 맞춰 H&A(가전), HE(TV), BS, VS(전장) 등 4개로 구성된 LG전자의 사업본부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4개 사업본부가 추진하는 각각의 역할이 3대 성장 동력을 추진하는 데 녹여져 있어 본부 체계에 변화를 따로 줄 계획이 없다"며 "각 본부에서 성장 동력들이 잘 운영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사장은 최근 LG전자의 매출에 주축이 되고 있는 B2B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최근 대내외 경제변수에 취약했던 기존의 기업과 소비자간거래(B2C)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앞으로 ▲H&A에선 빌트인 가전, 상업용 공조 등에 ▲HE에선 콘텐츠·서비스 등 무형사업과 사이니지에 ▲VS에선 전장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LG전자 B2B 매출이 전체 매출의 32%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2020년 약 16%였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새 2배 이상 뛴 수치다.
조 사장은 "취임한 지 2년도 안된 시간 동안 큰 변화를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 '리인벤트'라는 캠페인을 앞세워 조직 문화를 바꾸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며 "CEO로 부임한 후 국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선 '지금까지 한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LG전자를 키울 수 없겠다'고 생각해 사업 구조를 바꿔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LG전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바꿔나가려는 시도와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고도화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는 단발성 판매에서 벗어나 고객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전 영역에서 LG전자만의 경험을 주고자 더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조 사장은 2030년까지 50조원 이상을 사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투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R&D 투자에 25조원 이상, 생산기지 확충 등 설비투자에 17조원 이상, 전략투자에 7조원 등을 투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B2B에 대부분의 투자금이 집중될 예정으로, 특히 전기차 충전·전장·로봇 등에 상당한 투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주력 사업인 H&A는 빌트인을 중심으로, R&D는 소프트웨어 강화를 위해 투자가 더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60년이 넘는 가전 기업으로서의 이미지가 노후화돼 있다는 점도 고려해 앞으로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브랜드로 변화하는 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며 "국내외서 고객 접점을 점차 확대해 나가면서 MZ세대들이 우리의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조 사장은 스마트폰 철수 이후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는 통신 특허사업도 강화해나갈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LG전자는 4G·5G·6G 등 보유한 통신 관련 특허만 3만개에 달하는 통신 강자로, 지난 2021년 4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에도 통신기술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분기에는 휴대폰 제조사 2개사에서 특허수익 8천900억원을 올려 시장을 깜짝 놀래켰다. 이에 따른 성과를 고려해 LG전자는 같은 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특허 등 지적재산권 라이선스업'을 신규 사업분야로 추가했다. 또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선 사업목적에 '기간통신사업'을 추가해 5세대(5G) 이동통신 특화망(이음5G) 주파수 할당도 받았다.
조 사장은 "특허수익이 지난해에 좀 있었다"며 "매출액의 6%가량을 R&D 투자에 쓰고 있는데 그 중 특허 R&D에 상당히 공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특허와 연관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다양한 영역에서 살펴볼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과도 특허를 활용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30년에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함과 동시에 '트리플 7(연평균성장률 및 영업이익률 7% 이상, 기업가치 7배 이상)'을 달성하고, 지난해 65조원 수준 매출액 규모를 100조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사진=정소희 기자(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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