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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SK보다 뒤처졌다?…삼성 메모리 경쟁력 우려 불식시킨 경계현


임직원 대상 HBM·DDR5 경쟁력 강조…"올 연말, D램 평균 시장 점유율 뛰어넘을 것"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 입니다. 올해만 버티면 괜찮아질테니 함께 조금만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을 이끌고 있는 경계현 사장이 일각에서 제기된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우려를 일축시켰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비해 늦장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과 함께 기술 격차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이어지자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 [사진=삼성전자]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 [사진=삼성전자]

6일 업계에 따르면 경 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과 진행한 '위톡'에서 "최근 (삼성의) HBM3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HBM3, HBM3P가 내년에는 DS부문 이익 증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HBM3' 선제 공격한 SK…삼성, 올 연말부터 '반격'

경 사장이 이 같이 언급한 것은 최근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포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 마이크론이 10%다. 올해 점유율은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53%로 더 높아지고, 삼성전자는 38%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으로, HBM3는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에 이은 4세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들에게 HBM2과 HBM2E 제품을 공급해 왔다.

삼성전자는 전체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이지만, HBM으로 제품군을 좁히면 SK하이닉스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각광 받고 있는 HBM3 시장에선 SK하이닉스에 비해 대응이 늦어 경쟁력이 다소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2021년 10월 업계 최초로 개발한 4세대 제품인 'HBM3'를 지난해 6월 업계서 첫 양산했다. 이어 올해 4월에도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기가바이트)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 현재 고객사 검증을 받고 있다.

덕분에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주요 고객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실제 챗GPT에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A100'에는 SK하이닉스의 HBM2E가 탑재돼 있다. 차세대 엔비디아 GPU인 'H100'에도 SK하이닉스의 HBM3가 적용됐다. 또 최근에는 HBM3보다 성능·용량을 업그레이드한 HBM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 제품은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로부터 샘플 입고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HBM3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고, 엔비디아 H100에 단독 공급 중"이라며 "현재 HBM 제품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한 세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차세대 HBM 제품명으로 추정되는 '스노우볼트' 상표권 [사진=특허청]
삼성전자 차세대 HBM 제품명으로 추정되는 '스노우볼트' 상표권 [사진=특허청]

삼성전자도 업계 최고 성능인 6.4Gbps, 초저전력의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의 샘플을 출하한 상태지만 양산은 하지 않고 있다. HBM3 제품을 올 연말부터 양산할 예정으로, 이에 맞춰 최근 '스노우볼트', '샤인볼트', '플레임볼트' 등 차세대 HBM 제품명으로 추정되는 상표권을 잇따라 출원 등록을 했다. 시장 요구에 맞춰 HBM 5세대 제품인 HBM3P도 연내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간 모바일과 HPC(고성능컴퓨팅)에 주력하면서 HBM은 우선 순위로 두지 않았다"며 "HBM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한 탓에 SK하이닉스보다 성장성을 늦게 알아본 삼성전자의 대응이 다소 늦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말부터 HBM 시장 내 주도권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고객사들의 요청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인 AMD가 최근 공개한 AI용 슈퍼칩 MI300에는 삼성전자의 HBM3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인텔의 슈퍼컴퓨터 오로라 프로젝트, 미국의 핵무기 연구소인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사용하는 슈퍼 컴퓨터 '엘 캐피탄'에도 삼성전자의 HBM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자는 생성형 AI 서버에 필요한 고용량 TSV 모듈에 대해서도 128GB 이상의 서버용 고용량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HBM 외에도 ▲세계 최초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융합한 HBM-PIM ▲D램 모듈에 연산기능을 탑재한 AXDIMM, ▲SSD에 연산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SSD ▲D램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CXL D램 등 새로운 메모리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 DDR5서도 SK 추격 '고삐'…경계현 "앞설 수 있는 계기 마련할 것"

경 사장은 전날 '위톡' 행사에서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에서도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시장 내에서 SK하이닉스보다 밀린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DDR5는 SK하이닉스가 지난 2020년 10월 세계 최초로 출시 준비를 마친 후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도 잇따라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2나노급 D램 양산을 시작했고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세대인 1b나노 D램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

그러나 초반 승기는 SK하이닉스가 잡았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D램을 양산하며 인텔 CPU와 DDR5 호환성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인텔이 세계 서버용 CPU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70%다. 인텔 서버용 CPU와 합을 맞춰 DDR5 공급량을 극대화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으로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낮췄지만, DDR5를 포함한 차세대 제품 생산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덕분에 시장 내 점유율도 SK하이닉스가 월등히 높다. 미즈호 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DDR5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35%, 삼성전자가 33%였으나, 올해는 SK하이닉스가 46%, 삼성전자가 34%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거의 제자리 걸음인 반면, SK하이닉스는 11%p나 늘어난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도 최근 인텔 CPU와 DDR5 호환성 검증 절차에 들어간 만큼 경쟁사보다 더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 사장은 "DDR5도 올해 연말이면 삼성전자의 D램 평균 시장 점유율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삼성 D램이 한 단계 더 앞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내년부터는 실행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D램개발실에 특정된 '핀셋'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 역시 최근 시장 내 우려를 의식한 행보"라며 "조직 개편 후 경 사장이 직접 직원들 앞에 이처럼 발언한 것도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삼성전자의 위기 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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