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억 주가조작' 라덕연, 첫 재판서 시세조종 혐의 부인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지난 4월 발생한 8개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 등 혐의로 기소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29일) 재판에서 라 대표는 시세조종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다만 미등록 투자일임업에 대해선 공소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는 29일 오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법률(시세조종, 무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라 대표, H투자컨설팅 대표 변모씨, 프로골퍼 출신 S골프 대표 안모씨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라씨 등이 지난 5월 26일 기소된 지 한 달 만이다.

H투자컨설팅 사내이사 장모·박모씨, H투자컨설팅 감사이자 인터넷매체 대표인 조모씨 등에 대한 재판도 함께 열렸다.

검찰에 따르면 라덕연 일당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 4월까지 수천억원으로 대성홀딩스, 선광, 삼천리,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세방, 다우데이타 등 8개 상장기업의 주가를 통정매매 방식 등으로 조종해 실현·미실현 부당이익 약 7천305억원을 취득했다.

검찰은 "라씨는 2019년부터 인천 청라, 서울 강남구 등에서 미등록 투자일임업 조직 일명 '라덕연 조직'을 총괄 지휘하고 주식회사를 운영했다"며 "조직은 매매팀, 정산팀, 영업팀 등으로 나눠 역할을 담당했다. 투자자들에게 새 휴대전화를 배포하고 계좌 개설 후 건내받아 주식매매 지시에 따라 금융당국의 추적을 막기 위해 투자자의 주거지 인근으로 이동해서 주식을 거래했다"고 공소 사실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검찰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유치해 투자자 명의의 차익결제거래(CFD) 계정을 개설하고, 선정된 주식 대부분을 매수한 뒤 통정매매, 고가매수, 허수매수 주문 등 시세조종으로 주가 부양해 높은 투자 수익을 거뒀다"며 "수익의 50%를 수수료로 받고, 마치 정상적인 수익인 것처럼 수익을 은닉했다"고 말했다.

라씨 측은 미등록 투자자문업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만, 시세 조종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주장했다. 8개 종목을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가치투자 했다는 설명이다. 라씨와 함께 기소된 변씨와 안씨도 "시세조종의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라씨 측은 부당이득 산정방식에 대해서도 미실현이익의 기준을 상승기의 고점으로 평가해 과대 산정됐다고 변론했다.

라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주가 폭락을) 조작한 것이 아니라, 다른 외부 사정으로 주가가 폭락했는데 (폭락분을) 제외하고 미실현이익을 산정할 수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죄수익 은닉 혐의와 관련해서도, 무죄를 주장하는 시세 조종 혐의 관련 범죄수익분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변론했다. 또한 미등록 투자일임에 대한 범죄수익 은닉법이 지난 2022년 1월 법 개정으로 포함된 점을 고려했을때, 법 개정 후의 범죄 수익 부분만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라씨 측 변호인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해자가 라덕연이라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데, 이 사건의 핵심은 시세조종이냐 아니냐"라며 "(주식) 매수·매도 주문이 시세조종에 해당하느냐는 그 주문을 누가 했는지, 어느 장소에서 했는지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어 "CFD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CFD를 통한 레버리지 자체는 (이 재판의) 쟁점이 아니다. 레버리지를 이용했다고 시세 조종을 한 것도 아니다"며 "CFD는 계좌 특성상 레버리지를 많이 해주는 상품이 아니고, CFD에 가입하면 투자자들이 양도소득세나 취득세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익명성을 보장하는 CFD를 거래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3일 2차 공판기일을 열고, 8월에도 두 차례 더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기일엔 검찰이 공소 사실에 대한 PPT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