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급속도로 성장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배터리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배터리 관련 데이터 주도권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 서비스형 배터리(BaaS, Battery as a Service)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BaaS는 전기차 사용자에게 전기차 배터리의 상시 진단 및 수명 예측부터 잔존가치 평가에 이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BaaS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에서 추출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BMS는 배터리의 전압, 전류,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검출해 배터리의 전기적 상태를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의 과충전 등을 자동으로 제어해 화재 등을 예방한다. 일종의 배터리 '블랙박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BMS에는 배터리 상태를 모니터하는 과정에서 자동차의 운행 이력에 대한 정보가 모두 담기기 때문에 쌓인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운전 습관과 운행 패턴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향후 배터리 성능 향상 등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은 BMS가 고유의 기술이라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것을 꺼린다. 전기차 배터리는 '셀-모듈-팩'의 단계를 거쳐 차량에 탑재되는데, 배터리사는 배터리셀과 모듈 제작까지 하고, 이후 완성차가 BMS, 냉각 장치 등을 추가해 배터리팩을 완성한다.
배터리 업체들이 BaaS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완성차들이 쥐고 있는 BMS 데이터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은 어렵지만, BaaS 사업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수입차 공식 딜러 업체 7곳과 '비-라이프케어(B-Lifecare) 서비스 제공 및 신규 서비스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당 업체들이 판매하는 차량에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배터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진단하는 배터리정보수집장치(OBD)를 제작해 제공함으로써 배터리 관리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비-라이프케어는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적인 Baas 사업이다. 사용자들에게 개인별 운행·충전 습관 분석, 배터리 스트레스 관리 점수 등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배터리의 효율적 관리를 돕는다. 배터리 평가진단 서비스를 통해 안전하고 장기적인 전기차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레드캡투어 관리하는 공공기관 대상 렌터카에 비라이프케어를 탑재해 전기차 운행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SK온도 배터리 관련 데이터 측정 시스템 고도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SK렌터카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사용환경과 패턴 아래서의 배터리 상태 변화를 연구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충전기 전문기업 SK시그넷과 충전기를 활용한 배터리 진단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양사는 '전기차 충전기를 활용한 배터리 진단 서비스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SK시그넷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별도의 절차 없이 배터리 잔여 수명, 충전 수준 등을 진단받을 수 있는 배터리 진단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SK시그넷은 배터리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충전기를 개발하고 SK온은 충전기로부터 전달받은 배터리 데이터를 측정, 분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업체 '피앤그로우'에 전략적 투자를 한 바 있다. 피엠그로우는 이 투자로 배터리 재사용 사업, 전기차 배터리 빅데이터 사업, 해외 사업 등을 진행한다. 실제 차량 운행에 따른 충·방전 데이터를 축적해 배터리셀이나 배터리관리시스템 등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활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해서 수집된 데이터들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은 분명해 보이고 실제 경쟁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배타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들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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