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지난해 9월, 고등학생 B(19)군이 자택 거실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단순 사망인줄 알았던 이 사건은 부검 결과 B군의 혈액에서 합성 대마 성분과 치사 농도의 '엑스터시'가 검출되면서 '10대 마약' 사건으로 세상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른바 '좀비 마약'이라고 불리는 펜타닐 등 마약 오남용 문제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10대 청소년 층에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검 사체에서 마약류가 검출된 건수는 총 69건으로 2021년(43건) 대비 60.47%나 늘었고, 이 중 펜타닐이 두 번째로 많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대 미성년자에게 처방된 펜타닐 패치 건수(경찰청 자료)는 2019년 22건, 2020년 624건으로 집계돼 1년 만에 약 27배나 증가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펜타닐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낯선 마약이었으나 병원에서 쓰기 시작하면서 그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는 806만 건이었으나, 2022년에는 1천411만 건으로 약 175% 증가해 펜타닐 처방량이 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펜타닐 문제는 특히 미국에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10만명 중 80% 이상이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 내 18~45세 청·장년층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인 셈이다.
특히 미국 텍사스주 한 도시에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14세 소년을 포함한 중·고등학생 3명이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잇달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성년자가 펜타닐 오남용으로 숨진 사고는 미국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6월 서울 한 지하철역에 있는 화장실에서 당시 19세였던 A군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A군의 사인은 '펜타닐 급성중독'으로 판명 났다.
이에 따라 펜타닐 관련 마약 사범도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에는 경남과 대전에서 펜타닐을 불법 처방하거나 투약한 수십 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처방전만 있으면 펜타닐을 구할 수 있는 국내법의 허점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내법 미비로 펜타닐 중독자들이 처방이 쉬운 병원을 찾아다니는 현상을 모두 막기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펜타닐이 말기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약품이기 때문에 실제 진통제로 사용됐는지, 불법으로 사용됐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일부 제도는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마약 단속·관리 인력도 부족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갈수록 확산하는 펜타닐 오남용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2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2023년 제5회 마약류 대책 협의회'에서는 펜타닐 국내·외 동향 및 관리 방안을 심층 논의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마약 오염국으로 전락할지, 마약 청정국으로 복귀할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라며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강력한 마약류 대책을 시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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