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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尹 연대와 협력의 '파랑새를 찾아서'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마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 2023.05.27.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지난 27일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조계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각 당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 악수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한마디 대화는 없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만나는 순간은 지난 3·1절 기념식 이후 확 주목받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이후 첫 만남이었던 데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부결된 후 첫 조우였던 당시 두 사람은 짧게 악수만 하고 서로를 지나쳐 가며 화제가 됐다.

만나서 대화가 없기는 여야 대표도 마찬가지다. 5·18 기념식에서는 빗속에 우비를 입고 나란히 앉은 김 대표와 이 대표의 모습이 포착됐으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때 서로 손을 잡지 않은 채 따로 주먹을 쥔 손을 흔드는 모습이 도드라졌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야 대표의 일대일 회동이 추진되고 있다. 김 대표가 식사라도 하자며 먼저 만남을 제안하자 이 대표가 밥 먹고 술 마시는 건 친구와 하라며 '정책 대화'를 역제안했고 이를 국민의힘이 수용하면서다. 만남에는 일단 합의가 됐지만 회동 성사까지는 상당한 기 싸움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이 5월 30일로 조율 중이다 결국 무산된 걸 보면 이러한 우려는 더 짙어진다. 윤 대통령은 이달 초 국회의장단과의 만찬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양당 원내대표-상임위원장단과의 만남에 "좋은 제안"이라면서 "제가 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회동이 "끝내 무산됐다"면서 "여야 협치와 의회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아주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전후로 연쇄적으로 이어진 외교 일정을 스스로 '외교 슈퍼위크'라고 칭하며 그 성과를 국무회의 생중계를 통해 국민들에 상세히 전했다. 수차례의 다자·양자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이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자유와 법치를 수호하는 국가 간의 강력한 '연대'와 '협력'이었다. 가치 중심의 외교라는 큰 틀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해 나가는 데 있어 국민적 반발을 무릅쓴 과감한 용단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정치 상황을 보면 어떤가. 야당 대표와의 만남은커녕 여야 대표 간 대화의 물꼬조차 트기 어려운 형국이다. 취임 1년간 여러 변화를 이뤄냈고 그 중엔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국정 성과도 있었지만, 야당 대표와 1년간 회담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란 기록도 세웠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한 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무한대 악순환마저 우려된다. 윤 대통령 1호 거부권이었던 양곡관리법에 이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은 30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노란봉투법 본회의 부의 여부 등을 놓고도 여야는 대치 상태다. 노란봉투법까지 거부될 경우 세 번째 거부권 사례가 된다.

동화 속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찾기 위해 온 세상을 돌아다닌 '파랑새'가 집 안에 있었던 것처럼 연대하고 협력해야 할 대상은 멀리에만 있지 않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협치가 이대로 실종된다면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아 결국 정부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30일 회동이 물리적으로 어려웠다면 무산됐다고 말 것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일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 김기현-이재명 대표 또한 정책 대화를 통해 국정 운영이나 민생 현안과 관련한 각종 정책을 상시 논의하기로 한 만큼 TV토론이든 비공개 회담이든 속도감 있고 구체적인 실천을 보이길 바란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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