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지난해 기업 대출에 힘입어 큰 폭의 여신성장을 일궜던 5대 은행이 유탄을 맞고 있다. 기업 대출에서 발생한 부실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 데다 올해 들어 신규 연체도 늘어나며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25일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2조4천58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부실채권(3조4천762억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부실률은 0.27%다.
부실채권의 절반 가까이는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전체 기업 대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4.74%로 높은 만큼 부실률도 제조업이 높았다. 제조업의 부실률은 0.44%로 서비스업(0.22%)의 두 배를 웃돈다.
부실채권 잔액은 전년(2조6천280억원) 대비해선 6.48%(1천698억원) 줄었으나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에 따른 착시효과에 가려져 안심하긴 이르다. 올해 들어선 착시효과에 가려진 잠재 부실도 꿈틀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지난 1월 0.4%로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2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7%로 1월 대비 0.08%포인트(p) 올랐다.
지난해 5대 은행은 가계대출의 부진을 기업 대출로 상쇄해왔지만 기업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연체율과 부실률이 동반 상승했다. 이에 은행권에서도 부실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 년 사이 기업대출 금리가 3%대에서 6%대까지 두 배가 뛰었다"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부실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총여신은 1천547조7천5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90%(60조4천357조원) 증가했다. 이 중 가계 대출은 5천억원 가까이 감소했으나, 기업대출은 84조5천억원 불어났다.
은행별로 NH농협은행의 기업 대출 부실률이 0.36%로 가장 높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실이 높았던 영향이다. 뒤를 이어 신한은행이 0.30%를 기록했다.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5대 은행은 기업 대출에 대한 충당금은 67조498억원이다.
이에 감독 당국은 착시 효과로 인한 잠재 부실을 지적하며 최근 국내 은행에 기업 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을 주문했고, 은행들은 올해 1분기부터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쌓기로 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