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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앞 '천막 치고 현수막 걸고 소음 시위'…불법·편법 백태


법적 공백·느슨한 행정 규제 악용 마구잡이식 시위에 직원·주민 고통 호소
국회, 집시법 개정안 20건 이상 계류…"행정당국, 능동적으로 나서야"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대기업 사옥 주변에서 벌어지는 불법·편법 시위로 해당 기업 직원과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회사와 경영진을 공격하는 원색적 내용의 현수막, 도로변에 무단으로 설치된 천막, 확성기를 동원한 소음 유발이 365일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시위자들이 정당한 방식이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을 막무가내로 관철시키기 위해 변칙적인 방식으로 법망을 피하고, 느슨한 행정 규제를 악용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당국의 적극적인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주변 시위 현수막 [사진=독자 제공]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주변 시위 현수막 [사진=독자 제공]

전문가들은 집회·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하되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집회나 시위는 제한하는 사항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기존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지자체나 경찰의 행정조치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한화, KT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사옥 인근에서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개인 등이 불법 시위, 천막 농성 등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시위자들이 현행법의 맹점과 미온적인 공권력 행사를 악용하고 있음에도 이를 막을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변칙적인 시위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현수막 게시 방식이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현수막은 전용 게시대에 관할 행정청에 신고해 게시해야 한다. 그 외 장소에 걸린 현수막은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철거 대상이다. 그러나 집회용품으로 신고된 광고물은 단속에서 배제된다. 현수막 개수의 제한도 없고, 집회 신고 기간에는 집회가 실제 열리지 않더라도 단속규정이 불명확하여 철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법적 맹점을 이용해 30일 간격으로 집회 기간만 연장해 가며 현수막을 마구잡이로 내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자극적이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색깔의 원색적인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기업 사옥, 주택 등에 1년 내내 걸려 있어도 집회 신고만 하면 현행 집시법으로는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3년 법제처가 '실제 집회가 열리는 기간에만 현수막을 표시·설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구속력이 부족해 실제 현장에선 적용되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시위 차량과 현수막 [사진=독자 제공]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시위 차량과 현수막 [사진=독자 제공]

허위 사실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 문구도 문제다. 해당 문구를 표기한 현수막에 대해 피해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법원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 승소해도 효과가 없다. 일부 문구만 변경해 현수막을 다시 게시하기 때문이다. 피해 기업이 다시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의 판결을 받으려면 또 다른 시간과 비용을 쏟아야 해 사회적 낭비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해당 기업의 직원과 인근 주민들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시위로 인한 소음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현재도 집시법 상에 소음 규제가 있지만, 이를 회피하려는 각종 꼼수가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시법 규정에는 최고 소음의 경우 1시간 동안 3번 이상 기준을 넘길 때, 평균 소음은 10분간 연속 측정해 기준을 넘길 때 단속 가능하게 돼 있다. 그러나 고성능 확성기로 1시간에 2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내거나, 5분간 강한 소음을 내고 후 나머지 5분간은 음을 소거하는 식으로 단속을 피한다.

더욱이 1인 시위는 집시법 적용 대상도 아니어서 최고 소음 강도를 초과해도 사실상 제재하기 어렵다. 별도 소음 기준이 없어 민원이 발생해 경찰이 개입하는 경우에만 잠시 확성기 볼륨을 낮췄다가 다시 높이기를 되풀이하는 장면도 목격된다. 경범죄 처벌을 받는다 해도 범칙금에 불과하다.

대기업 주변 도로나 인도에 설치된 불법 시위 천막도 문제다. 오가는 차량들과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일부 시위자들은 천막 안에서 인화성 물건들을 비치하고 숙식을 해결하는 등 안전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광화문 KT 사옥 앞에 걸린 시위 현수막 [사진=독자 제공]
광화문 KT 사옥 앞에 걸린 시위 현수막 [사진=독자 제공]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인도나 차도에 설치한 천막은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도로법 위반으로 지자체에서 수차례 철거 계고장을 발부해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천막도 집회용품이라고 주장하면 지자체에서도 물리적 충돌과 민원을 우려해 실제 철거를 하기가 어렵다. 경찰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 시위대와의 마찰이 발생할 경우, 그것도 피해 기업과 인근 주민들이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법원의 시위 방식에 대한 금지 가처분 결정과 민·형사상 판결이 내려져 시위 명분을 상실해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시위를 이어가기도 한다.

실제 한 대기업은 사옥 앞에서 장기간 1인 시위를 벌여온 A씨에게 과대 소음, 명예훼손 문구 금지 등 가처분 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형사소송 1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억지 주장을 계속 내세우며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책임이 없음으로 판명됐거나, 시위자가 잘못된 사실을 가지고 막무가내 주장을 펼쳐도 신고된 집회·시위는 실질적으로 제한할 근거가 없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집회·시위가 만연하고 이로 인해 일반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막무가내식 시위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집시법 개정과 보완을 통해 법적 공백을 없앨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행 집시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는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시위의 권리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모호한 표현과 법적 공백에 따라 상습적 민폐 시위에 대해서도 실제적인 단속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시위 현수막 [사진=독자 제공]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시위 현수막 [사진=독자 제공]

현재 21대 국회에는 20여 건이 넘는 집시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대부분 집회·시위의 자유와 충돌되는 다른 기본권 간 균형점을 찾기 위한 것이다.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무분별하고 부당한 집회가 우리 사회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 중에는 지나친 소음, 일상 침해 등 도를 넘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해 금지 또는 제한 장치를 보완하자는 의견이 다수 포함돼 있다.

법조계 한 전문가는 "국회 계류 중인 현행 집시법에 대한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은 물론,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편법 및 불법 시위 양상에 대응해 이를 제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규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법과 원칙, 상식을 지키는 시위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행정당국도 더욱 능동적으로 나서고 필요하면 공권력 집행도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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