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감독 당국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고 있어서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뱅크의 변동형 전월세 대출 금리는 연 3.169%~4.139%로 고시됐다. 금리 하단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3.50%)를 밑돌았다. 전월세 대출 산정 시 기준이 되는 신규 코픽스(COFIX) 6개월물 3.530%보다도 낮다.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한다. 기준금리는 금융채 5년물(AAA) 또는 코픽스가 기준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전월세 대출에 붙이는 가산금리(-0.361~0.609%)에 마이너스를 적용했다. 주택담보대출도 가산금리(–0.166%~1.495%)에 마이너스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카뱅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기준금리인 금융채 5년물 연 3.883%보다 낮아졌다.
카뱅은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두 차례 가산금리를 낮췄다. 지난 1월 26일 전·월세보증금 대출금리를 최대 0.67%포인트(p) 내렸고, 3월 2일에는 연 최저 3.42% 특판 대출에 나서더니 가산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낮춘 것이다.
케이뱅크도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도입했다. 이날 케이뱅크의 변동형 전월세 대출 금리는 3.38~4.90%, 가산금리는 –0.15~1.37%다. 고정형 전월세대출의 가산금리도 0.02%로 낮췄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은행권에선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본다.
은행권 관계자는 "마이너스 가산금리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금융채가 아무리 하락했다고 해도 3%대 후반으로 조달 금리만 3%를 넘는다"면서 "금리 경쟁으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카뱅 관계자는 "더 많은 고객에게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위해 이자 마진을 일부 포기하고 가산금리를 낮췄다"면서 "마진이 줄어든 건 사실이나, 현재까지 역마진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하를 아직은 고려할 단계가 아니고 물가가 충분히 2% 수준으로 수렴되는지를 보고 결정해야 된다고 본다"며 "90일 통안채 금리 하락 등은 시장 반응이 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 당국은 대출 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 시장금리는 하락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금리 수준이 여전히 금리 상승기 이전보다 부담이 계속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은과 소통하며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비공개 간담회(F4) 모임에서 이 총재가 금융 감독 당국의 과도한 은행 대출금리 인하 압박(금리 미시조정)에 이견을 보인 것으로 보도됐고, 11일 한은 총재, 12일 금감원장, 13일엔 다시 이 총재가 "금리 미시조정 말라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혼선이 이어지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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