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중소기업 의무 대출 비율을 확대하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졌다. 다른 여신에 비해 부실 비율이 높은 데다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수요도 예전보다 감소해 의무 비율이 버겁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중소기업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2조1천686억5천400만원에 달했다. 대기업(2천511억1천400만원)의 10배에 육박하고, 가계여신(9천437억8천500만원)의 두 배 이상이다.
지난해 말 5대 은행의 중소기업의 부실채권(NPL·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34%로 대기업(0.11%)과 가계 여신(0.135%)을 두 배 이상 웃돌고 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일컫는다. '고정이하여신'의 비율은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
은행별로 NH농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부실채권 비율이 0.44%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이 0.38%로 두 번째로 높았다.
현재 한국은행에서 정한 중소기업 의무 대출 비율은 시중은행 45%, 지방은행 60%다. 오는 7월부터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모두 50%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취급 부담이 낮아진 대신 시중은행이 이를 떠안게 된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부실률과 연체가 늘고 있는데, 의무 비율을 높여 고민이 많다"면서 "리스크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만일 의무 비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미 달성한 금액만큼 한국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수 있는 한도가 줄어든다. 문제는 수요도 줄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취급 비중은 모두 45%를 밑돌고 있다. KB국민은행 38.7%, 신한은행 40.8%, 하나은행 39.1%, 우리은행 40.9%, NH농협은행 39.7%다. 오는 7월부터는 은행에 따라 최대 10%포인트(p) 이상 늘려야 한다.
3월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도 5조8천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1조9천억원) 감소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지금 어느 은행도 45%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매해 은행에선 대출 성장 목표를 세우는 데 통상 10조~15조원 사이로 정하고 9조원 정도는 중소기업 대출로 채워왔다"면서 "4월쯤이면 목표치의 70%는 달성해야 하는데, 현재는 절반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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