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알뜰폰 진출 본격화…시장 메기일까 베스일까 [통신 춘추전국시대①]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서비스 'KB리브엠'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알뜰폰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은행의 규제 개선 요청을 받아들이면서다. 통신과의 융합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인정하겠다는 사실상의 승인이어서 1천300만 가입자 규모의 알뜰폰 시장 은행권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대한 점유율 제한 등 기존 알뜰폰사업자(MVNO)들이 금융당국에 제안했던 사안들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중소사업자간 출혈 경쟁을 유발하고 자본 한계에 직면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 정례회의 통해 KB리브엠 규재개선 요청 수용키로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는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혁신금융서비스 심사 결과 KB리브엠의 규제개선 요청을 수용하고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KB리브엠은 2019년 4월 최초로 지정됐던 혁신금융서비스다. 2021년 한 차례 연장을 통해 오는 16일 지정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국민은행 측은 올해 초 금융위에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 산하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알뜰폰 업무를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금융위 정례회의마저 통과하면서 리브엠 등은 기존의 샌드박스 틀에서 벗어나 정식으로 알뜰폰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이후 간편 저렴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던 중 지정 기간 만료일이 도래함에 따라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관련 규제개선을 요청했다"며 "규제개선의 필요성, 운영 결과, 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사해 규제개선 요청을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 규제 없이 MVNO 진출…알뜰폰업계 "메기 아닌 베스일 것"

문제는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규제를 비롯한 도매대가 이하 요금 판매 제한 등은 기존 중소 MVNO 사업자들의 요구했던 사안들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KB리브엠 등 금융권의 시장 진출에 대해 "메기가 아닌 생태계를 파괴하는 베스"라는 업계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날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VNO)는 성명문을 내고 "금융위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정식으로 승인했다"며 "KB리브엠은 지금까지 도매대가 이하 요금으로 판매해 단기간 42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이동통신 시장에서 메기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최소한의 영리를 위해 도매대가 이하 판매가 불가능하다. 도매대가 이하로 판매 시 도산하게 되고, 알뜰폰 이용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덤핑 판매는 중소 사업자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유통에 종사하는 영세 소상공인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매대가 이하 판매를 금지하고 정부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자회사에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부여한 것처럼 금융권도 알뜰폰 점유율 상한선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 측은 "공정경쟁을 위해 KB리브엠이 도매대가 이하로 판매할 수 없도록 관련 법을 정비하고, 이동통신 자회사에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부여한 것과 같이 KB 리브엠 등 금융권에도 점유율 제한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