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소희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ICT(정보통신기술)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 집행 과정에서 ICT가 충분한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챗GPT가 불지핀 인공지능(AI) 격전이 국가간 ICT 패권다툼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지만 정작 우리는 '컨트롤타워'도 없이 구호만 요란하다는 지적이다.
◆ICT·미디어 정책 비서관 1인이 담당…"인력·영향력 모두 모자라"
6일 아이뉴스24의 취재를 종합하면 용산 대통령실 내에 ICT 정책을 담당하는 인원은 비서관 1명으로 알려졌다. '제왕적 통치'의 구태를 벗어나겠다며 '대통령실 슬림화'에 나선 결과다.
비서실에 보좌관을 두지 않기로 하면서 정책실장 산하 경제보좌관을 포함해 과학기술보좌관 자리도 사라졌다. 전 정부 당시 신설된 과기보좌관은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의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과기보좌관 자리가 사라진 데 대해 업계는 ICT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하며 과학기술수석 설치와 ICT 컨트롤타워를 마련해달라는 공동 성명을 낸 바 있다.
국회 관계자는 "전 정부까지는 과학기술보좌관이 전체와 소통하면서 청와대와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현 정부 들어 비서관 체제로 운영 중인데다 한 명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전 정부와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실 산하에 둔 미래전략수석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기후환경 등을 다룬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와 유사한 역할을 정책실장 산하 과학기술보좌관이 전담했다.
◆대통령 산하 미디어혁신위도 국무총리실 산하로…업계 "컨트롤타워 없어"
당초 대통령실 직속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던 미디어혁신위원회(가칭)가 국무총리실 산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산발위)로 격하된 데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대통령실의 ICT 담당 인력이 부족한 탓이지만 그 바람에 미디어혁신위원회의 힘이 빠졌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정부·기업·학계·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범사회적 논의기구로서의 미디어혁신위를 꾸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리면서도 '미디어 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의 전담기구 설치'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웠다.
오는 17일 출범을 앞둔 위원회는 국무총리 1인, 위원 중 국무총리가 지정하는 위원 1인을 포함해 총 2명의 위원장을 세운다. 총 인원은 20명 이내로 구성된다. 국무조정실장의 지명으로 국무조정실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공무원이 지원단장을 맡아 운영을 관장할 방침이다.
국회 관계자는 "당초 국정과제에서 대통령령으로 꾸려질 예정이었던 위원회가 국무총리령으로 격하된 것은 윤 대통령이 약속했던 '미디어 전략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큰 차이가 있다"고 꼬집었다. 컨트롤타워가 아닌 '자문'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과기정통부 예산할당 비중↓…대정부질문서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도
정부 부처의 힘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예산도 과기정통부의 경우 그 비중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임기 첫 과기정통부 예산안은 18조8천억원으로 전체 정부 예산의 2.9%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해(2022년) 예산안 대비 0.2%p 하락한 수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대정부질의에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에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보면 윤 대통령이 경제 다음으로 과학기술을 많이 언급한다. (그런데) 정책을 보면 추상적 구호는 있는데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우주항공정책과 클라우드보안인증(CSAP)의 인증보안절차 완화를 예시로 들었다. 과기정통부가 우주청 설치 특별법을 지난달 제출하고 외청 형태로 신설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조직의 목적과 역할이 없다는 점,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장한 CSAP 인증보안 절차 완화 역시 과기정통부·행안부·국정원 등 관련부처의 생각이 모두 다른 점을 꼬집은 것이다.
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면서 "정부는 컨트롤 타워를 세우고 제도적 틀을 만들어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기업엔 자유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소희 기자(cowh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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