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점점 커지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 증권사들이 속속들이 뛰어들고 있다. 은행업권보다 높은 수익률로 고객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작년부터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본격 적용돼 증권사들이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016년 147조원에 그쳤던 퇴직연금 적립액은 작년 기준 336조원으로 6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국내 증권사 14곳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73조8천467억원으로 전년 동기(63조991억원) 대비 17.03%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권역별 점유율은 은행이 50.6%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생명보험(22.0%), 금융투자(21.3%), 손해보험(4.8%), 근로복지공단(1.3%) 순이다. 이 중 금융투자는 2019년에 19.7%에 달했으나 매해 점유율을 늘려, 금융권역별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수익률을 고려한 각종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금융투자권역의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실적배당형 비중은 금융투자가 27.7%로 가장 높았으며, 은행(12.6%), 생명보험(5.4%), 근로복지공단(3.5%), 손해보험(1.3%) 순으로 권역별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간수익률 현황에서도 금융 투자 업계가 3.17%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은행은 1.59%의 수익만 거뒀다. 생명보험(1.93%), 손해보험(1.69%), 근로복지공단(1.31%) 역시 금융 투자업계의 수익률을 따라잡진 못했다.
장기수익률도 마찬가지였다. 금융 투자 업계가 5년간 2.64%의 수익을 거두는 동안 생명보험, 손해보험, 근로복지공단, 은행이 1%대의 수익을 기록했다. 은행사에서 투자 대비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증권사 퇴직연금으로의 머니무브가 커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구 고령화와 앞당겨지는 정년퇴직 시점으로 퇴직연금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퇴직연금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간,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336조원 수준에서 2032년 155.9% 성장한 860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더불어 2032년까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각각 86조원, 58조원보다 158.1%, 312.0% 증가한 222조원, 229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앞다퉈 퇴직연금 서비스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MP 구독 서비스'는 가입자들에게 운용 전문가가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TDF알아서펀드' 시리즈를 출시, 전세계 자산을 대상으로 20개 내외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올인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KB증권은 IRP계좌로 채권을 매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오픈했다. 채권 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자, 배당 소득세는 연금수령 시 연금소득세로 과세돼 복리로 투자금을 운용할 수 있고 세율도 낮은 편이다. 연간 납입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이 가능하고 올해부터 연령 관계 없이 연간 납입액을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확대해 세액공제 혜택도 늘렸다.
하나증권은 하나금융그룹의 퇴직연금 전문 브랜드 '하나 연금닥터 서비스'를 오픈했다. 그룹의 연금 전략에 발맞춰 증권사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손님들의 니즈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수익률을 밀착 관리한다. 또한 소속 영업점에서 매달 연금의 날을 지정해 동료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금 교육을 실시하고, IRP 손님들의 수익률 향상을 위한 포트폴리오도 제시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퇴 후 노후 소득과 퇴직연금 운용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불필요한 비중을 줄이고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양질의 상품 제공에 심혈을 기울이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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