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한국무역협회는 미국 재무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지침이 한국 기업들이 대응하는 데 유연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 대한 공급망 전환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전기차 세액 공제 시행 지침'을 발표했다. 이 시행지침은 지난해 8월 16일 제정된 IRA법의 시행을 위한 시행시기, 자유무역협정 의미와 해당 국가 등 구체적 사항을 담았다.
이 시행지침은 연방 관보 게재 직후인 4월 18일부터 소비자가 실제 소유하는(actual possession)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이나, 작년 8월 16일 이후 구입한 북미산 전기차의 경우에도 IRA 보조금이 적용될 예정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북미산으로 한정된다. 이 경우에도 연간 소득이 부부의 경우 30만 달러, 세대주의 경우 22만5천 달러, 일반 납세자의 경우 15만 달러 이상이면 보조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은 8만 달러, 일반 승용차는 5만5천 달러 이상이면 IRA 보조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북미산 전기차라도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요건을 충족해야 보조금 수혜가 가능하다.
핵심 광물 요건의 경우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의 일정 비율 이상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또는 가공됐거나, 북미지역에서 재활용된 경우 보조금 중 절반인 3천7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요건 충족 여부는 3단계 점검 과정을 거쳐 확정된다.
우선 제조자는 광물별 추출, 가공 또는 재활용 등 조달 공급망을 확인한다.
둘째, 광물들의 부가가치 50% 테스트를 거쳐 50% 이상이 대상 지역에서 발생됐는지를 확인하되, 대상 지역은 미국과의 포괄적 FTA 체결 국가 외에도 핵심 광물 협정(Critical Minerals Agreement) 체결국가로 확대했다.
지난 3월 29일 체결된 미-일 핵심 광물 협정에 따라 일본은 IRA 상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으로 인정돼 일본산 핵심 광물도 적격 핵심 광물의 대상이 됐으며 향후 자유무역협정 체결국 목록은 갱신될 수 있다. 가공 공정 후 배터리 부품으로의 사용 직전 상태를 구성 재료로 정의하고, 음극·양극 활성용 분말 등을 배터리 부품에 포함되지 않는 구성재료로 분류했다.
마지막으로 배터리 핵심 광물의 총가치에서 핵심 광물 요건을 충족하는 '적격 핵심 광물'(qualifying critical minerals)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한다.
한편, 이번 지침상 '해외 우려 기관'(a foreign entity of concern) 제외 요건에 따르면 2024년 12월 31일 이후 중국 기업 등이 추출 또는 가공한 핵심 광물이 포함된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외 우려 기관은 '인프라 투자 고용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상의 정의에 따라 테러단체, 재무부의 특별지정인 명단 상의 인물,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정부가 소유, 통제, 또는 지시를 받는 기업 등을 포함하며, 재무부는 이에 대해 추가적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 광물 요건에 따라 대상 지역을 일본 등 핵심 광물 관련 협정 체결 국가로 확대한 점과 구성 재료에 음극재나 양극재 분말 등을 포함한 것은 우리 기업들의 핵심 광물 가공 지역의 가능성을 넓히고 음극재나 양극재 분말의 국내 생산을 가능토록 한다.
또 해외 우려 기관 제외 요건에 따라 중국 등 해외 우려 기관에서 추출된 광물 활용이 2024년 말까지 연장된다는 측면에서 이번 시행 지침은 그나마 우리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배터리 부품 요건의 경우 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이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될 경우 3천750의 세액공제 수혜 요건을 충족한다.
배터리 부품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배터리 부품 가치를 결정하는 4단계의 과정이 제시됐다.
먼저, 특정 부품을 구성하는 부분품의 제조 또는 조립지에 관계없이 배터리 부품의 '실질적으로 모든' 제조 또는 조립이 북미에서 이루어짐을 확인한다. 부품은 배터리의 일부를 구성하고 산업적, 화학적, 물리적 조립 과정을 거쳐 조합되는 하나 이상의 부품 또는 구성 재료로 제조되거나 조립된 부품으로 정의되며, 이에는 양극 전극, 음극 전극, 분리막, 액상 전해 물질, 배터리 셀, 배터리 모듈 등이 포함된다.
또 배터리에 사용되는 배터리 부품 각각의 증분 가치(incremental value)와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된 부품의 증분 가치를 확인한다. 다만, 배터리 부품의 증분 가치는 각 배터리 부품 증분 가치를 합산하거나, 각 배터리 모듈의 가치를 합산하여 계산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배터리 부품 총 증분 가치에서 북미 제조 또는 조립된 배터리 부품의 증분 가치 합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한다.
무협은 이번 지침상 부품의 일정 비율 산출은 부품 각각뿐만 아니라 품목별 합산 가치로도 계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업계로서는 모든 부품의 일정 비율을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하지 않아도 되어 개별 품목별 비율 조정의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평가했다.
배터리 부품의 경우도 올해 12월 31일 이후 외국 관심 기관(a foreign entity of concern)이 제조하거나 조립한 전기차 배터리에 장착된 부품이 포함된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토록 함으로써 중국 기업 등의 부품 사용이 올해 말까지 유예되게 됐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재무부의 IRA 시행지침이 법상 전기차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변경할 수 없는 한계가 있으나, 핵심 광물 추출 또는 가공 중 하나의 공정이라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이 발생한다"며 "이 기준이 최소 2024년까지 유지된 점, 배터리 부품의 북미 제조 비율 조정에 융통성을 갖게 된 점, 일본산 핵심 광물도 적격 핵심 광물로 포함된 점 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의 부담을 덜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배터리 핵심 광물의 상당 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IRA 및 시행지침의 혜택이 한시적임을 확인한 만큼 체계적인 공급망 전환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IRA 등을 통한 이러한 미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육성 노력에 더해 EU도 핵심 원자재법(CRMA), 배터리법, 탄소 중립 산업법(NZIA) 등을 통해 역내 배터리 공급망 강화에 나서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관련 기업들의 전략적 해외투자는 물론 우리 정부의 이 분야 기업들의 R&D와 시설투자 등에 대한 지원 노력을 한층 강화해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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