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의 갑질" …칼스버그 그룹, 골든블루에 일방적 유통 계약 해지 통보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글로벌 맥주 기업인 칼스버그 그룹이 ‘칼스버그(Carlsberg)’의 국내 유통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나섰다. 국내 유통사인 골든블루는 칼스버그 그룹이 국내 법인을 설립하는 등 지속적으로 계약 중단을 준비해 왔다고 보고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예정이다.

28일 골든블루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7일 칼스버그 그룹은 서면으로 ‘칼스버그’의 국내 유통을 중단한다는 계약 해지 통보하고, 이달 말일부터 일체의 제품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골든블루는 2018년 5월 수입·유통 계약을 맺고 5년 동안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왔지만, 순식간에 일방적 계약해지를 당했다. 골든블루 측은 이번 사태를 글로벌 기업의 횡포로 보고 있다.

이번 계약 해지 통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2022년 1월 이후 칼스버그 그룹은 골든블루와 ‘칼스버그’ 수입, 유통 계약을 2, 3개월 단기 단위로만 연장해 왔고, 2022년 10월 이후에는 단기 계약 마저도 맺지 않은 무 계약 상태에서 골든블루가 ‘칼스버그’를 유통하는 초유의 사태가 지속돼 왔다.

칼스버그 그룹은 골든블루를 포함한 일부 국내 주류회사들이 칼스버그 그룹 제품들을 유통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10월 칼스버그 국내법인을 설립하고 자체 유통, 마케팅, 물류 조직을 구성하는 등 계약 해지를 위한 사전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골든블루 측은 칼스버그 그룹의 계약 해지 통보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계약 해지 일을 캔 제품의 경우 3월 31일, 병과 생맥주 제품은 8월 31일로 통보함으로써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날짜로 정했기 때문이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그동안 신의와 성실로 협력해온 비즈니스 파트너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행태를 취하고 있다"고 칼스버그 그룹을 비판했다.

골든블루는 계약 해지 통지문에 대한 회신을 하며 그 부당성을 알렸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비즈니스적 상도의를 지킬 것을 요청했지만 칼스버그 그룹으로부터 진정성이 결여된 답신만 받은 상태로 알려졌다.

골든블루는 이번 통지문을 글로벌 주류회사의 갑질로 규정하고, 덴마크 대사관 방문, 공정위 제소, 법적 소송 등을 전개해 일방적인 계약 해지의 부당성을 알리고 그에 따른 손해 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한편 골든블루는 ‘칼스버그’를 유통하면서 지난 5년간 신규 인력 약 50명을 채용하고 새로운 조직인 B&S(Beer and Sprits) 본부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또 골든블루가 ‘칼스버그’를 수입, 유통하면서 한정판 패키지 출시, 페스티벌 참가, 팝업스토어 오픈, 기자 간담회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며 수입맥주 시장에서 15위권 밖에 머물던 ‘칼스버그’를 10위권 안으로 진입시키는 등 상당한 성과를 달성했다.

유통 2년차인 2019년에는 전년대비 183% 성장, 코로나 펜데믹으로 전세계적으로 주류시장의 침체가 시작된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28.3%와 12.7%의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특히 2021년에는 한국 시장 유통 이래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골든블루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간의 불공정한 거래 관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글로벌 기업의 이러한 기만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정부, 기업, 협회 등과 함께 전방위적으로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