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발전엔 관심 없는 포퓰리즘 심화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경기 침체 속에 많은 이익을 낸 은행들이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이면서 은행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은행의 과점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과점은 말 그대로 소수의 대기업이 해당 시장을 장악해 쥐락펴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유로운 경쟁 체제를 가로막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하다.
시중은행이 이런 과점 구조에 힘입어 매년 수십조원의 이자 이익을 거두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은행은 정부가 자격(라이선스)을 주는 업무여서 다른 분야보다 정부 규제도 간섭도 많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은행도 정부의 요구에 대체로 발을 맞춰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조2천905억원을 지원하고, 매년 정책금융 상품 형태로 10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공급했다. 앞으로도 10조원 이상의 사회 공헌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4일 "은행은 생색내기식 노력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체감하도록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의 주장이 점점 표퓰리즘화하는 단면이다. 포퓰리즘이란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 행태를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과 감독 당국과 은행 이사회 간 정례회의, 금리 산정 개입 정책 등은 선을 넘어 그저 국민의 표만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감독 당국에선 공공재를 강조하며 순익의 3분의 1 이상의 사회공헌을 요구하는데 무리한 요구라는 걸 정부에서 모르겠느냐"며 "결국 정권 지지율과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위라는 해석이 많다"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은행 공공재' 발언을 꺼낸 후 지난달 13일, 15일에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리얼미터 기준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월 셋째 주, 넷째 주에 40% 선에 올라섰다. 1월 첫째 주 이후 줄곧 30%대 중후반을 기록했던 지지율이 반등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정부의 경제 문제에 관한 발언이 마치 정치적 수사처럼 너무 단편적이고 거칠다"며 "결국 포퓰리즘이 심하다는 것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다 보니 숙원사업이었던 종합지급결제업 진출 논의에도 냉담했다. 금융위원회는 3일 보험사와 증권사, 카드사에 개인과 법인에 대해 종합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2금융권에 종합지급결제를 허용하면 이들 금융사에서도 계좌를 개설하고, 결제 시 은행 대신 이용할 수 있다.
다른 관계자는 "카드업계나 증권업계에서 숙원 사업이었던 지급결제 논의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 대출 규제 완화 등 모든 방안이 구체 논의 없이 그저 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겠다는 하나의 목적만 있는 듯하다"며 "금융업 전체를 바라볼 때 감독 당국의 이런 관점과 태도가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촌평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국내에서 사업권을 따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공재라는 말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금융은 정확하게는 공공재도 아니고 사적 재화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국제금융을 못 하고 해외 금융사가 이탈하는 것도 정부의 개입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정부의 주장은 정치이고, 관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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