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전기가 통하는 검은색 아라미드 섬유가 개발됐다.
KIST 김대윤 박사 연구팀은 23일 아라미드 섬유에 탄소나노튜브를 적용해 가볍고, 강하면서 불에 타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의 아라미드 섬유가 갖지 못했던 전기 전도성까지 갖는 새로운 복합섬유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새로 개발한 섬유는 탄소 나노튜브로 인해 검은색을 띤다.
아라미드 섬유는 무게가 강철의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5배 이상으로 강하고 섭씨 500도에서도 불타지 않아 ‘슈퍼섬유’ 또는 ‘황금실’이라고 불린다. 방탄복, 방화복, 광케이블 보강재, 고성능 타이어, 우주항공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인 소재로 쓰인다.
KIST 연구팀은 극도로 낮은 분산성을 가지는 아라미드와 탄소나노튜브를 결합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누에고치에서 얻었다. 누에고치는 고농도의 단백질로 고강도의 섬유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유동성과 규칙성을 모두 가지는 액정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액정상을 이용하면 복합섬유를 제작할 때 아라미드와 탄소나노튜브의 응집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배열을 향상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액정상을 이용해 기존에 상용화된 아라미드 섬유와 같이 높은 비(比)강도와 구리선의 90% 수준인 비(比)전기전도도를 가지는 복합섬유를 구현해냈다.
전기 전도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속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연하고, 부식성이 없으며, 구리 전선의 무게 대비 약 30% 수준으로 가볍다.
연구팀은 "전기가 통하는 아라미드 섬유를 활용해 방탄복이나 방화복에 직조 형식으로 배선을 깔면 날카로운 물체에 접촉하거나 격한 움직임에도 단선이 될 확률이 낮다. 화학 약품 노출이나 뜨거운 화염에도 성능이 유지되므로, 스마트 센서를 적용할 경우 극한 상황 속에서도 작업자의 안전성을 확보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기존의 금속 기반 전선들에 비해 매우 가볍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두꺼운 타입의 섬유를 개발하고 전기차용 및 송전선용으로 적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아라미드 섬유는 KIST의 故 윤한식 박사가 1984년 독자개발한 기술이다. 김대윤 박사는 “故 윤한식 박사님은 독자기술로 아라미드 섬유 국산화에 성공하셨지만,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시장에 먼저 진출한 美 듀폰사와 오랜 시간에 걸쳐 특허분쟁을 겪었다”라며,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슈퍼섬유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원천기술”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섬유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Advanced Fiber Materials’에 게재됐다.
◇논문명: Boost Up the Mechanical and Electrical Property of CNT Fibers by Governing Lyotropic Liquid Crystalline Mesophases with Aramid Polymers for Robust Lightweight Wiring Applications(제1저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기현 연수생, 교신저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대윤 선임연구원)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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