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업체인 TSMC가 글로벌 경제 위기 속 매출 감소 전망에도 올해 연구개발(R&D) 비용을 20%나 늘리기로 했다. 최근 대만 정부가 내놓은 지원 정책에 화답하기 위해서다.
앞서 대만 정부는 지난해 11월 자국 기술 기업들의 R&D 비용에 관한 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5%로 대폭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고,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이달 7일 통과시켰다. 덕분에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고가의 장비나 인력 채용을 하는 데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대만 정부의 TSMC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은 이전에도 있었다. 미리 반도체 부지를 조성해 제공하거나, 가뭄 때에는 농업 용수를 끌어다 공급해주는 등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TSMC는 지난해 3분기에 삼성전자, 인텔을 꺾고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1위 자리에 처음 올랐다. 4분기에도 2위인 삼성전자와 격차를 더 벌이며 1위 자리를 확고히 지켰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3%p나 급증한 52%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위축과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줄줄이 급락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심지어 국내 업체들은 '재벌 특혜'를 부르짖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세제 지원조차 제대로 받기 어려운 상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반도체 초강대국'을 부르짖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의 움직임에 국회의 문턱에서 좌초되는 분위기다.
그 사이 글로벌 강대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반도체 기업이 시설 투자를 단행하면 최대 2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는 '반도체과학법'을 마련했다. 유럽과 일본, 중국, 인도도 수 십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이 같은 지원책 덕분에 미국의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을 잡는 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분위기다.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은 후 마이크론 120조원, 삼성전자 260조원, SK하이닉스 29조원 등의 대형 반도체 투자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 지난달 30일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2월 23일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종전의 6%에서 8%로 올리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정부안대로 의결한 것이 못마땅했던 탓이다. 이후 정부의 입장도 180도 바뀌어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현재 8%에서 15%로 올리는 새로운 안을 내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7일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상정하며 조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다시 넘어왔다. 반도체를 국가전략기술이라고 공감하면서 해당 분야 세제지원책을 '재벌 특혜'로 바라보는 야당의 시각은 업계는 물론 국민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야당이 정쟁(政爭)으로 우물쭈물하는 사이 한국 반도체 미래는 또 한 발짝 퇴보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이끈 기업들에겐 이제 시간이 없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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