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주요 그룹 총수들이 올 한 해 동안 어려운 경영 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위기 속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도전 정신'을 앞세워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할 것을 다짐했다. 또 사상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되새기며 임직원들에게 '신뢰 경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 수장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들은 고객과의 신뢰가 없이는 위기 극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제 하에 임직원들에게 도전 정신과 기술 경쟁력 확보를 주문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이날 오전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시무식을 열고 "고객의 마음을 얻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하자"며 "위기 때마다 더 높이 도약했던 지난 경험을 거울삼아 다시 한번 한계의 벽을 넘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경영 체질과 조직 문화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미래를 위해 더 과감하게 도전하고 투자하자"며 "도전과 변신으로 도약의 전환점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별도의 신년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2월 30일 9박 10일 동안의 동남아시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갈음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향후 기업의 경쟁력이 관계의 크기와 깊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 크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찐팬(진짜 팬)'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최 회장은 지난 1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신년 인사에서 급변하는 대내외 상황에 대처하는 구성원들을 '프런티어'(개척자)라 부르며 "이젠 기업에도 '관계'가 중요한 시대로, 나를 지지하는 '찐팬'이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는지가 곧 나의 가치"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신뢰 구축에 필요한 핵심 요소로 '데이터'를 지목하며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보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자"며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며 경영 시스템을 단단히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 나아간다면 미래는 우리의 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신년사를 낸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매년 강조했던 '고객 가치' 경영을 재차 앞세웠다. 구 회장은 그룹 내 모든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직접 고객가치를 만들고 이를 실천하며 성장할 때 LG가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평소에도 강조해왔다.
구 회장은 지난달 20일 신년사를 통해 "2023년은 여러분이 LG의 주인공이 돼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찾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며 "전 세계 모든 LG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고객가치를 모아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과 경험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새해 필승 전략으로 '고객 몰입 경영'을 선포했다.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활동을 진화시켜 고객 몰입 경영으로 나아가야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 경영 활동의 시작점부터 끝까지 고객을 가장 중심에 두는 경영을 펴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주요 유통그룹 총수들 역시 위기 대응 전략의 초점을 '고객'에게 맞췄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객과 상품을 기본 핵심으로 삼고 이에 집중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해야 기존 사업의 경험과 가치를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기본과 본질에 충실할 때 위험과 위기는 도약을 위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당장의 이익에 집중하기보다 '고객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본원적인 고민을 하면서도 바뀐 경영환경에 맞게 사업의 내용과 방식을 변화시켜야 생존이 가능하다"며 "고객과 시장, 경쟁자의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리프레이밍(Reframing)'을 변화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신 회장은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 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기술 초격차'를 위기를 뚫을 정공법으로 삼았다. 박 회장은 "더욱 거친 경영 환경이 예상되지만 미래 선점의 기회를 찾자"며 "기회 확대가 뚜렷하게 예상되는 분야에서 누구보다 앞서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사업 경험과 기술력 우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도전 정신'을 역설했다. 김 회장은 "한 걸음도 내디디기 어려운 극한의 상황에서도 멈추거나 움츠러들기보다는 내일을 꿈꾸며 100년 한화를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함해 지속적인 신사업 확장과 사업 재편 같은 미래 지향적 경영 활동을 지원할 새로운 조직문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현재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인재'라고 피력했다. 또 신년사를 통해 최고경영진부터 현장 직원까지 조직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사실상의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도 담았다. 허 회장은 "사업 환경의 변화는 유례없는 장기 침체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며 "위기 극복의 지혜와 기업의 생존이 자발적으로 혁신하는 현장의 인재들에게 달려 있다"고 밝혔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현재 경영 환경이 위기이자 큰 도약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대응을 잘한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보통의 기업보다 엄청난 격차를 벌렸다"며 "우리도 퀀텀 점프해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가느냐 아니면 단순히 국내시장에 안주해 존재감 없이 쇠퇴해 가느냐는 올해 얼마만큼 초격차 역량과 최고 인재를 확보해 담대한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철저히 실행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이 외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오는 3일 오프라인 신년회를 열고 직접 신년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돌파구로 고객 신뢰에 기반한 연구개발 역량과 기술력 강화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들이 재도약을 다짐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신년사를 통해 드러낸 듯 하다"며 "경기 침체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는 고객과 기술 중심 경영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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