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성원 기자] 보험사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국은행의 지속된 금리 인상에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자본확충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급기야는 건전성과 유동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 보험사의 지급여력(RBC)비율은 209.4%로 지난해 말(246.2%) 대비 36.8% 포인트(p)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채권 평가이익이 감소한 영향이다. 업권별로 보면 생보사는 208.5%로 45.6%p 줄었으며, 손보사도 20.9%p 감소한 210.5%를 기록했다.
◆ 금리 인상에 건전성 개선 '골머리'
보험사 중 금융당국의 RBC 권고 수준(150%) 이하인 곳도 여럿 나왔다. 흥국화재(146.7%), 뮌헨리 손해보험(146.3%), DB생명(139.1%), NH농협생명(131.5%), 한화손해보험(122.8%) 등은 당국의 권고치를 밑 돌았다. DGB생명과 MG손해보험은 각각 84.5%, 69.3%로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했다.
RBC 비율은 보험 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 평가 지표를 말한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할 때 대표적으로 활용된다. 수치가 높을수록 양호한 수준으로, RBC 비율이 100% 미만일 경우 감독 당국이 경영개선 권고를 내린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2분기 회계부터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 제도상 잉여액의 40%를 RBC 규제상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하반기 채권시장이 불안정해 LAT 도입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실제로 NH농협생명은 올 상반기 당국의 권고치를 넘겼다가 3분기 107.3%로 다시 크게 떨어졌다.
◆ 자금조달도 막혔다, 유동성 위기 확대
그러나 자본확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악화되며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제한됐다.
흥국생명은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기 위한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서 시장 전반에 충격까지 줬다. 지난 11월 초 흥국생명은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를 번복하면서 돈줄이 마른 자금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9월 경기도가 촉발한 레고랜드 발 사태 이후 유동성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13년 만에 흥국생명이 시장 관행을 깨면서 채권 시장은 마비됐다.
흥국생명이 시중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예정대로 상환한 이후 점차 안정화됐지만, 이후 보험업계의 자금 조달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세제개편안 시행 전인 지난 2012년 말 대량 판매한 저축보험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고, 연말 대거 퇴직연금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서다.
이에 보험사들은 단기 차입 한도를 최대 10배가량 늘렸다. 단기차입금은 통상 만기 1년 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최대한의 수준을 의미한다. 급전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하면서 건전성 지표도 바뀌는 만큼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내년에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에 따른 유동성 확보 등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임성원 기자(one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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