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자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취약 차주 비중이 큰 카드사에선 더 뚜렷하다. 불어난 대환론·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리볼빙) 등의 잔액이 자산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6일 여신금융협회 통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 대환론과 결제성 리볼빙 잔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1조3천460억원 증가한 8조2천61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빚을 갚을 여력이 많이 줄었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2.0%포인트(p) 인상하면 취약 차주 연체율이 5.6%에서 7.3%로 1.7%p 상승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약 차주 비중이 높은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대출의 부실화 위험이 커진다. 지난해 말 기준 여전사의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취약 차주 비중은 64.6%(74조8천억원)에 달했다.
대환론은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연체자에게 갚아야 할 대출금을 다시 빌려주는 서비스다. 결제성 리볼빙은 카드 대금 중 일정 비율만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내달로 미루는 서비스다. 두 서비스의 잔액이 증가한 것은 당장 원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거나, 상환 여력이 떨어진 차주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카드사들은 고객의 상환 여력이 낮아지고 연체 등 부실 위험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렸다. 카드사가 쌓은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말 9조6천753억원에서 지난 상반기 10조1천48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에만 4천730억원(대손준비금 2천548억원 포함)을 추가 적립했다.
하지만 이미 차주의 부실 위험이 한계를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체 카드대출 내 다중채무 차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80~90%에 이른다. 빚 돌려막기도 한계에 다다른 셈이다. 위험을 감지한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로부터 리볼빙·카드대출 등의 현황을 일 단위로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카드 대출상품은 기존 대출에 더해 추가적인 대출을 받는 용도로 쓰인다"며 "그만큼 면밀한 위험 관리를 통해 고위험군 차주에 대한 노출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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