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인위적인 감산은 없을 겁니다."
내년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한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반도체 4공장(P4)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 시설인 평택 3공장(P3)이 지난 7월 가동을 시작한 가운데 P4 라인 작업도 본격화 함으로써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 평택반도체 공장 건설 공사 일부(P4, Ph1)를 수주했다고 26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계약금액은 1천683억원으로,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액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평택 반도체 공장은 삼성전자가 289만㎡(약 87만 평) 부지에 2030년까지 단계별로 반도체 생산라인 6개동(P1~P6)과 부속동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평택 3공장 공사를 수행 중이다.
평택 4공장은 내년 하반기께 외관 공사가 완료될 예정으로, 신규 낸드플래시 라인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이 모두 갖춰진 복합 팹으로 조성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의 월간 낸드 웨이퍼 생산량은 64만5천 장 수준으로, 평택 1공장(P1)의 낸드 라인도 조만간 3만 장 정도의 V8(238단) 낸드 양산 라인으로 변경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는 TSMC·인텔·마이크론테크놀로지·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이 긴축 투자를 선언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글로벌 선두권을 차지하겠다는 삼성전자의 '큰 그림'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 마이크론은 내년 설비 투자액을 올해(120억 달러)보다 37.5% 줄인 75억 달러로 책정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설비투자 예산을 올해보다 50% 이상 감축했고, 인텔은 2025년까지 비용을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원) 줄일 예정이다. TSMC 역시 올해 설비 투자액을 기존 계획보다 10% 감축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와 반대의 전략으로 시장 장악력을 더 키우려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에 필요한 웨이퍼 생산 능력을 10% 안팎까지 더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하반기까지 평택 3공장에 12인치 웨이퍼 월 생산량 10만 장 규모의 D램·파운드리 라인을 신설키로 한 것이다.
또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기술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첨단 D램·파운드리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도 10대 이상을 새로 들이기로 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EUV 장비 수는 40대가량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170억 달러(한화 약 24조원)를 투자해 미국 테일러시에 짓기로 한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 작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달 본격 착공에 들어선 상태로, 삼성전자는 최근 클린룸 설비 조달 발주를 시작했다. 테일러 공장은 2개의 파운드리 팹으로 구성되는데 주로 5나노(㎚, 1㎚=10억분의 1m) 공정이 주력으로, 각각 2024년과 2025년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향후 20년에 걸쳐 1천700억 달러(한화 약 220조원)을 투자해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 11곳을 추가 신설하는 중장기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원 이어 원 뉴 팹(One Year One New Fab·1년에 팹 1곳 신설)' 전략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다른 기업들과 달리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수치상으로도 드러났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2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캐펙스(CAPEX·자본적 지출)는 전년 대비 23.7% 증가한 370억7천670만 유로(51조4천억원)로 집계됐다. 조사대상 기업 2천500곳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이 같은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삼성전자의 광폭 행보는 이미 예고됐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출소 이후 향후 3년간 국내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의 동시다발적 증설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삼성전자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듯 하다"며 "삼성전자의 과감한 투자로 경쟁사들은 당분간 강하게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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