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바 회계, 회계기준에 부합했다"… 회계사 또 증언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부당합병 의혹 재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시 회계처리는 회계기준에 부합했다는 회계사의 증언이 또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22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8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엔 2016년 당시 삼바 감사를 맡았던 안진 회계법인의 회계사 김 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피고인인 이 회장은 베트남 출장으로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이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 관련 내용을 고의로 공시 누락해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고 같은해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를 기반해 삼성바이오를 검찰 고발한 바 있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계약을 체결할 당시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85%(삼성바이오로직스)와 15%(바이오젠)로 지분출자를 했지만, 2018년 6월30일까지 에피스의 주식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가지는 약정을 맺었다.

2014 회계연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사보고서에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이 기재돼 있는데, 검찰은 당시 삼성바이오가 해당 콜옵션에 관해 구체적 요건·내용을 적시하지 않아 부실 공시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2012~2013 회계연도에는 아예 콜옵션 공시가 돼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바이오젠이 합작계약상 신규제품 개발 동의권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점, 두 회사가 경영권 행사를 위해선 52%의 주주총회 의결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 등을 기재하지 않아 부실하게 공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16년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한 감사보고서(2015년 회계연도)의 주석 부분 중 우발부채와 약정사항에 대해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사이의 합작계약 약정에 따라,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삼바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회계처리한 셈이다.

이재용 회장 변호인 측은 삼바와 에피스의 회계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근거해 처리됐다고 주장했고 증인도 동의했다. 앞서 이 회장 공판에 출석한 삼일, 삼정 회계법인의 회계사들도 삼성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었다거나, 기업가치 산정은 회계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어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변호인은 "2012년 당시 회계처리에 적용된 K-IFRS 1천27호(현 1천110호)를 보면 잠재적 의결권의 기업 지배력 영향을 판단할 때 모든 사실과 영향을 검토한다고 돼 있다"며 "지배력 판단 시 전체적 접근법을 요구한건데, 이는 현행 지침과 거의 같냐"고 물었다.

증인은 "그렇다"며 "실질적 권리를 고려할 때 모든 상황을 고려한다는 현행 지침과 거의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하냐"고 질의했다. 증인은 "물어봐야 하지만 책임은 감사인에게 있다"고 답했다.

또 변호인은 "검찰에선 제일모직 외부 상황 때문에 감사팀에서 의견을 바꿨다고 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증인은 "0.01도 없다"며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회계 감사인들의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지적했다.

검찰은 "(회계법인 감사인들이 모인) 프로그레스 미팅 참석자들이 바이오시밀러 전문가는 아니었다"고 질의했다. 증인은 "네"라고 답했다.

또 검찰은 "삼일이 셀트리온을 감사한 경험말고는 다른 회계법인들은 없던 걸로 안다"며 "당시 바이오시밀러 성공률이 80% 정도였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증인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2016년 당시 실질적으로 바이오시밀러가 성공한 케이스는 많지 않았고, 교수와 인터뷰하면서 성공확률에 대해 판정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