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현재 중소기업들에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개념은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1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요구하는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수출·납품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미국이나 유럽 등 지역마다 요구하는 ESG 기준도 제각각이라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애플은 최근 협력업체들에게 오는 2030년까지 제조 과정에서 탈탄소화를 추진하도록 요구했다. 애플이 'RE100'과 탈탄소화를 요구하면서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1·2차 협력업체들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게 됐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이처럼 글로벌 공급망에서 ESG를 거래업체 선정과 평가에 반영할 경우 필연적으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도 뒤따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진 그룹장은 "국내 대기업들이 여러 국가에 수출을 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 등 국가마다 다른 ESG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있는 국내 협력업체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국가마다 다른 ESG 기준을 충족할 수도 있겠지만,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면서 "이에 따라 계약마저 끊길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도 ESG 기준 제정과 평가 도입 등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ESG 기준을 제정해도, 국가마다 통일된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결국 글로벌 공급망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진 그룹장은 "국내에서 ESG 기준을 제정해 지킬 것을 요구해도 결국 유럽과 미국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준이 전부 다른 상황에서는 거래 상대방이 요구하는 기준을 지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ESG 기준이 통일될 수 있도록 국가 간의 합의가 정말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국가마다 다른 기준이 요구될 경우 ESG가 중소기업들에게는 일종의 규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투자 관점에서 요구하는 ESG 기준도 코스닥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속가능경영으로 대표되는 ESG와 코스닥 시장 본래의 성격이 상충하는 지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진 그룹장은 "코스닥은 성장이라고 하는 모토(motto)를 걸고 있는 시장"이라면서 "조금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을 감내하겠다는 회사의 목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ESG 평가 시 형식적인 요건보다 실질적 활동 위주로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령 ESG 위원회를 갖추고 있는지 아닌지로 평가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외형적으로 갖추고 있는 것보다 이사회 내에서 다뤄지는 안건이 실질적으로 ESG와 관련한 내용인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들은 ESG 관련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고, 단기 성과와 직접적인 관련성도 부족한 경우가 많아 ESG가 또다른 규제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며 "ESG 경영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각 분야별 달성 목표가 명확해진 이후 기업 규모별로 실현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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