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증시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가 부양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상장사들도 추락하는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속속 꺼내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까지 진행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자사주 매입으로 그칠 경우 주가 상승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국들의 긴축 기조에 따라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있고, 기업들의 이익 전망도 하향되고 있어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가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사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2조7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아직 4분기가 남아 있음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가 컸던 지난 2020년 자사주 매입 규모(4조원)의 약 68%에 달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달간(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계약 해지 가능성이 존재하는 신탁계약 방식 제외)을 발표한 상장사는 총 25개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자사주 소각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 소각 공시 금액은 2조7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다.
자사주 매입은 대체로 기업이 주식을 장내매수 방식으로 사들이기 때문에 수급 안정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이 현재 주가가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주가 관리에 나섰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효과도 있다. 특히 소각까지 진행할 경우 발행주식총수가 감소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1주당 순이익도 증가하게 된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6일 1천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보통주 429만7천994주)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0.8% 수준이며, 매입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도 지난달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695억원 규모의 자사주(136만2천800주)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자사주는 NH투자증권을 통한 공개매수 방식으로 취득한다.
최근 증시 침체로 낙폭이 컸던 증권사들의 자사주 매입도 눈에 띈다. 신영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장내매수 방식으로 각각 52억8천만원, 44억8천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
상장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던 카카오뱅크도 내년 초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9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현재 1만원대로 크게 주저앉은 상태다.
앞으로도 카카오뱅크처럼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설 상장사들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하방 압력이 상존하고 있어 상장사의 주가 부양 의지가 있다면 자사주 매입 규모는 추가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주가 부양 효과는 단기적일 가능성이 크다. 취득한 물량을 시장에 다시 내놓을 경우 주가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지 않으면 추후 유통시장으로 다시 풀릴 수 있다"며 "이는 자사주 매입이 주가 부양보다는 자금 조달 목적이 되는 것으로, 물량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도 "하락장에서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더라도 이후 증시가 안정되고 나면 매입 목적과는 다르게 임직원 상여 목적 등으로 장외에서 처분하는 비중이 높다"며 "이때 유통주식수가 재차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자사주를 주주환원보다 자금조달을 위한 수단으로써 처분 가능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이 한계점으로 작용한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주요국들의 긴축 기조가 연중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가 상승분이 고스란히 반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모든 악재의 근본에 있는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는 진행 중"이라며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단기 반등)'가 시작돼 단기간 반등을 할 수 있을지라도 큰 그림으로는 지수 하방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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