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M&A(인수·합병) 등으로 사세를 키운 스타트업들이 경기 침체기에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들은 자사보다 규모가 큰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23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프롭테크 기업 직방은 지난 7월 삼성SDS의 홈 IoT(사물인터넷)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가격은 1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삼성SDS 홈 IoT 부문은 월패드와 디지털 도어록을 만든다. 직방은 이번 인수와 관련해 "기존 부동산 중개 광고 사업 외에 스마트홈 솔루션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경영관리 솔루션 한국신용데이터도 최근 카드 결제 단말기 위탁관리업체 밴(VAN) 회사인 파이서브코리아를 인수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986억원으로, 한국신용데이터(39억원)의 약 25배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지난해부터 매장관리 전문 업체 페이지크루와 식자재 유통 서비스 업체 푸짐, 정부 지원 사업 안내 서비스 페르소나, 포스(POS) 기업 아임유도 잇따라 인수했다.
축산물 플랫폼 정육각도 지난 7월 친환경 유기농 브랜드 초록마을을 인수했다. 런드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식주컴퍼니는 지난 2월 아워홈의 세탁 공장인 크린누리의 사업과 설비자산 일체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야놀자는 인터파크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LG유플러스 전자결제(PG)사업부를 인수했다.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는 것'에 비유되는 스타트업의 중견·대기업 인수는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땐 회사 규모를 이른 시간 안에 불리는 '결정타'다. 실제 비바리퍼블리카의 매출은 지난 2018년 548억원에 그쳤지만, 2019년 LG유플러스 PG사업부 인수 이후 3천898억원(2020년)까지 치솟았다.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로선 시너지가 나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전통 기업을 인수해 자사 매출과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이 투자 유치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장 관계자들은 기업가치보단 사업적으로 시너지가 날 수 있는지에 더 주목하게 된다. 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좋아지지 않고, 단순히 매출 규모만 커지는 인수는 되레 거품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시장에 돈줄이 마른 상태에서 내실 없이 외형만 불리는 투자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
한때 기업가치가 4조원에 달했던 옐로모바일의 몰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옐로모바일은 '쿠차'와 '피키캐스트' 등 계열사만 117곳에 달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지난 2013년 90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5년 3천182억원으로 급증했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사업 손실과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 따른 부실이 불거지면서 회사는 공중분해 됐고, 한국 스타트업 역사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호황일 땐 당장 시너지가 나지 않더라도 인수에 따른 회사의 매출 성장과 스토리에 주목할 수 있지만, 불황일 땐 철저하게 수익성 관점에서 평가받는다"며 "시장은 냉정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중견∙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한 스타트업의 경우 후광효과를 내려놓은 신규 비즈니스를 어떻게 안착시키고, 이를 수익화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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