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특정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 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반복해 제기된 문제다. 네트워크 트래픽은 해마다 폭증하고 있다. 상위 10개 사업자 중 대부분이 해외 사업자로 그 중 1,2위를 구글과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업자는 국내 망을 무임으로 승차하고 있다는 지적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정부와 사법부, 입법부마저도 무시한 채 여론몰이에 나선 모양새다.
그 중 넷플릭스는 3년째 망 무임승차 관련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2019년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재정 절차를 방통위에 요청했을 때 넷플릭스는 사법부의 판단을 받겠다며 소를 제기, 재정 절차를 중단시켰다. 2021년 채무부존재의 소를 제기한 넷플릭스는 패소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이에 따라 국회가 나서 망무임승차와 관련한 질문을 이어갔으나 전세계 어디에도 우리나라와 같은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의 ‘코리아패싱’은 결과적으로 3년이라는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망 무임승차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 망 이용대가 지급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또는 망 이용대가 지급 자체가 무효화되기 전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기간 동안 과실을 따가는 쪽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코리아패싱’을 위한 전략으로 때마다 사업자 지위를 바꿔오고 있다. 국내서 동영상온라인제공사업자(OTT)에 대한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다.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뚜렷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세액공제를 목적으로 한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라는 지위가 있기는 하나 그 역시 제재의 수단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넷플릭스는 유리한 지위를 통해 알맞는 주장을 이어갈 수 있다.
◆ 현행법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
OTT 사업자 넷플릭스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기는 하나 보다 명확한 법적 지위에 따른 제도적 뒷받침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기간통식역무 외에 전기통신역무를 ‘부가통신역무’로 구분하고 있다. 기간통신역무는 ‘전화ㆍ인터넷접속 등과 같이 음성ㆍ데이터ㆍ영상 등을 그 내용이나 형태의 변경 없이 송신 또는 수신하게 하는 전기통신역무 및 음성ㆍ데이터ㆍ영상 등의 송신 또는 수신이 가능하도록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임대하는 전기통신역무를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부가통신역무’란 이같은 전기통신역무를 제외한 사업자를 가리키는 셈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OTT 사업자에 대한 부가통신역무를 보다 상세하게 구분하고 있다. ‘비디오물 등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역무’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라 명시하고 있다. ‘비디오물’이란 ‘연속적인 영상이 테이프 또는 디스크 등의 디지털 매체나 장치에 담긴 저작물로서 기계ㆍ전기ㆍ전자 또는 통신장치에 의하여 재생되어 볼 수 있거나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을 말한다’고 서술됐다.
최근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OTT 사업자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역무’를 지는 사업자로 법적 지위를 신설했다. 영상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선 관련법 상 법적 지위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하나, OTT는 그간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정된 것.
저작권법에 따르면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가 명시돼 있으며, 문화체육부장관이 사업자의 범위를 정해 고시할 수 있다.
고시는 ‘개인 또는 법인의 컴퓨터 등에 저장된 저작물 등을 공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업로드 한 자에게 상업적 이익 또는 이용편의를 제공하거나,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하고 다운로드 받는 자가 비용을 지급하는 형태 로 사업을 영위하거나, ‘P2P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 또는 법인의 컴퓨터 등에 저장된 저작물 등을 업로드 하거나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상업적 이익을 얻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범위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넷플릭스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영비법 등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로서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 정부 실태조사 ‘온라인 직거래 사업자’…사법부엔 ‘기간통신사업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역무를 지는 ‘부가통신사업자’로 구분되기는 하나 넷플릭스의 해석은 다르다.
지난 5월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1년 부가통신 실태조사 경과 및 주요 결과’에서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 중 ‘온라인 직거래 사업자’로 분류됐다. 해당되는 사업자로는 쿠팡이나 롯데하이마트, 쏘카,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금융결제원, 서울특별시 등이 올랐다.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는 중개 플랫폼과 플랫폼 인프라가 해당되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자연스럽게 빠졌다.
이 조사는 지난해 9월 24일부터 12월 24일까지 3개월간 이뤄졌다. 부가통신 신고나 등록, 신고간주 사업자는 1만6천708개사 중 자본금 1억원 이하 사업자와 휴폐업 사업자를 제외한 5천272개사를 모집단으로 선정했다. 모집단에 조사지를 배포해 1천154개사는 조사지 회수, 3천199개사는 문헌조사를 통해 결과를 집계했다.
넷플릭스 분류와 관련해 당시 이재갑 ICT대연합 인터넷플랫폼본부장은 “넷플릭스 같은 형태는 온라인 직거래로 보고 제외했다”라며,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들이 디지털 플랫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고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기에 넷플릭스의 답변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즉, 넷플릭스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가 아닌 온라인 직거래 사업자라 자체적 판단을 내렸고 이를 수용한 셈이다. 가령, 넷플릭스의 경우 저작권을 구매해 본인의 콘텐츠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동대문에서 옷을 가져와 판매하는 역할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봤다.
정부 실태조사에서 ‘온라인 직거래 사업자’라 밝힌 넷플릭스는 법원에서 입장을 달리했다.
넷플릭스는 1심 변론에서 오히려 SK브로드밴드가 망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가 티어1 사업자에 준하기 때문에 낮은 티어에 있는 SK브로드밴드가 대가를 내야 한다는 것. 넷플릭스는 자체 CDN망을 구성해 각각 주요 지역까지 연결한 ‘오픈커넥트(OCA)’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이용한 SK브로드밴드가 망대가를 내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 2021년 1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두번째 변론기일에서 당시 넷플릭스 측 법률대리인은 "티어1 사업자에게 접속하기 위해서는 낮은 티어의 사업자가 비용을 줘야 한다"라며, "넷플릭스가 AT&T 같은 티어 1사업자와 연결돼 있고, SK브로밴드는 티어3에 해당돼, 이를 적용한다면 SK브로드밴드가 티어1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넷플릭스에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에서 넷플릭스는 ‘빌앤킵’ 정산방식을 들고 나왔다. ‘빌앤킵’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ISP간 트래픽을 상호 소통하면서 교환하는 트래픽 비율과 망연동을 통해 얻게 되는 이득이 유사한 경우 편의를 위해 상호간에 상대방 ISP 트래픽 처리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정산방식을 말한다.
1, 2심을 종합하면 넷플릭스는 망을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 지위에 해당한다. 즉, SK브로드밴드와 마찬가지로 전기통신역무 중 기간통신역무를 지는 기간통신사업자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기간통신역무를 지는 사업자로서 국내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하며, 그에 따른 의무를 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 실태조사에서도 넷플릭스는 '통신 인프라 서비스'의 '통신 인프라' 제공 사업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네트워크와 통신장비 등에 SK텔레콤과 KT파워텔, SK브로드밴드 등이 위치했다.
업계 전문가는 “법원에서 주장한 구조를 살펴보면 넷플릭스가 기간통신역무를 수행하는 사업자라는 관점 역시 타당성이 있다”라며, “넷플릭스의 독특한 구조로 인해 그에 따른 법적 지위의 모호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현행법 체제에서 넷플릭스는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역무를 지는 ‘부가통신사업자’이지만 넷플릭스의 주장대로라면 사법적 측면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 정부 기준으로는 ‘온라인 직거래 사업자’가 된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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