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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영훈 111퍼센트 대표 "포텐셜 강해…글로벌 게임사 반열 올린다"


넷마블에서 강소 업체 111퍼센트 대표로…"글로벌 게임사 반열 올리겠다"

백영훈 111퍼센트 대표. [사진=111퍼센트]
백영훈 111퍼센트 대표. [사진=111퍼센트]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회사 내 제 닉네임은 '백 프로(pro)'예요. '111퍼센트의 백 프로'로 라임을 맞추려고 정했죠. 제가 100퍼센트까진 만들어 놓을 테니 나머지 11퍼센트는 구성원들과 함께 하자는 의미도 있습니다.(웃음)"

'랜덤 다이스'로 유명한 111퍼센트는 지난 6월 백영훈 전 넷마블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영입해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백 대표는 국내 게임업계 '빅3' 중 하나인 넷마블에 19년간 몸담았던 '거물'이다. '다함께 차차차', '모두의마블'과 같은 대표 히트작들을 비롯해 웨스턴 시장에서 '마블 퓨처파이트' 등의 성공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비롯됐다. 그런 거물이 넷마블을 떠나 새 보금자리로 111퍼센트를 택했으니 그 배경이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넷마블에서 19년간 있다보니 뭐랄까요.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29일 111퍼센트에서 아이뉴스24와 만난 백영훈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결정한 이유로 '변화'를 꼽았다. 너무나 익숙해진 조직문화와 사람들로 인해 매너리즘에 빠져 '이대로 가는게 맞나' 싶었던 그는 올초 넷마블을 나오는 결단을 내리기에 이른다.

최소 6개월은 쉬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가 4개월 반만에 111퍼센트에 합류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려면 그가 넷마블재팬 대표를 맡던 시절로 시간을 돌려야 한다.

당시 그는 일본서 서비스 중이던 랜덤 다이스 측 관계자와 미팅 요청을 받았다. 랜덤 다이스의 현지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조언을 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둬 평소 눈여겨 본 게임이었던 만큼 흔쾌히 수락했다. 이후 111퍼센트 측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백 대표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정도 일본어 로컬라이징과 서비스 운영 만으로도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면, 보다 좋은 서비스와 품질로 상품화한다면 랜덤 다이스가 훨씬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이때의 연이 이어진 걸까. 넷마블을 그만둔 이후 쉬고 있던 백 대표에게 뜻밖의 연락이 닿았다. 랜덤 다이스 개발자이자 111퍼센트를 창업한 김강안 대표가 '우리와 함께 하자'는 요청을 해온 것이다.

111퍼센트. 2015년 설립된 이 회사는 랜덤 다이스 하나만으로 누적 매출 2천억원을 바라볼 만큼 급성장한 강소 개발사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소규모 개발진으로는 원활했던 소통이 140명,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200명이 넘을 만큼 인력이 늘어나자 '정체'가 생겨난 것이다. 소통은 원활하지 않았고 곳곳에서 마찰이 불거졌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흔히 찾아오는 성장통이 111퍼센트에도 생겨난 셈이다. 이는 백 대표가 합류를 결심한 핵심 이유였다.

"다양한 경력의 다양한 사람이 모이다보니 다른 걸 틀리다고 얘기하고 이전의 속도감이 떨어졌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큰 조직에 있었던 사람이 체계를 잡아야 할 필요가 생긴거죠. 제가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합류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대기업 임원 출신인 그가 111퍼센트의 문화가 단번에 익숙해지진 않았다. 일례로 이곳은 모든 직원이 자신이 쓴 텀블러를 스스로 설거지를 한다. 백 대표도 직원들과 함께 나란히 '줄'을 서서 자신의 설거지 순번을 기다려야 했다. 임원으로서 '받기만' 하던 그는 겪지 못한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이게 훨씬 좋은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수평적이잖아요? 이 때문인지 직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어 신선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를 잘 이끌어만 내준다면 훨씬 큰 포텐셜을 내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럼 백영훈 대표의 등장으로 111퍼센트가 달라진 건 뭘까. 그는 크게 두 가지 축을 주력 중이라고 했다. 먼저 하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200명이 넘는 조직이 된 111퍼센트에 걸맞는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의미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시골 교차로야 점멸등이 효율적이지만 이곳 역삼역 삼거리도 점멸등만을 통제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교통 지옥이 펼쳐질 겁니다. 같은 맥락입니다. 111퍼센트만의 고유한 자율 문화는 유지하되 규율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죠. 이러한 것이 필요하다는 내부 공감도 많이 받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바로 '성과'다. 주력 게임 랜덤 다이스와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신작을 통해 가시적인 매출 실적을 내야 하는 것이 백 대표가 당면한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 그는 내부 개발 문화를 개선하고 있다. 가령 111퍼센트는 이전부터 신작 흥행에 실패해도 오히려 박수받는 문화가 있다. 이전에 얻지 못한 값진 경험을 얻었다는 이유에서다. 백 대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패하면 디테일한 피드백을 고민하는 문화를 새로이 도입 중이다.

"매너리즘에 빠지면 어떤 조직이든 실패를 당연시 여기게 될 수 있는데 안 된다고 봅니다. 내부에서 실패했으면 왜 실패했는지 피드백해야 합니다. 초기 개발 문화가 3년이고 5년이고 똑같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보완을 해야죠."

보상 체계도 구축 중이다. 넷마블 같은 대기업에 비해 많은 급여는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성과를 내면 예측 가능한 큰 보상을 통한 당근책으로 개발진들을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안에는 합리적인 성과 보상 체계를 만들겠다고 내부적으로 약속을 했어요. 우리만의 보상 체계를 만들어서 성과를 낸만큼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강한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파하고 있죠. 저 역시 구성원들과 적극 소통하며 설명도 하고 의견 청취도 하고 있습니다."

개발진 충원도 그가 해결해야할 과제다. 아직은 111퍼센트가 랜덤 다이스 1종 매출에 의존하는 '원 히트 원더'인 만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인력을 늘려나갈 예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개발자들의 몸값을 고려한 절묘한 밸런스 감각이 요구되고 있는 셈이다.

"신작 소프트론칭 후 성공할 것 같다고 판단이 되면 티오를 확 늘릴 생각입니다. 다만 우리 회사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싶진 않아요. 팀워크만 단단히 다지면 10명이 할 수 있는 일을 7명이 할 수 있습니다. 단단한 협업을 내부에 강조하고 있죠."

이처럼 백영훈 대표 주도하에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111퍼센트가 현재 개발 중인 랜덤 다이스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은 모두 5종이다. 이중 3종을 연내 해외에서 소프트론칭을 거쳐 내년에 정식 출시한다는 게 목표다. 랜덤 다이스처럼 캐주얼하면서도 독창적인 재미를 갖춘 대전 게임들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백영훈 대표는 "랜덤 다이스와 여기에 등장하는 주사위 캐릭터를 의인화한 '다이안'이라는 캐릭터를 토대로 다양한 PvP 게임을 만들 것"이라며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기와 바둑 같은 대전 게임을 기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력 게임인 랜덤 다이스의 경우 여전히 잠재력이 높다는 게 백 대표의 견해다. 지갑을 많이 연다 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일발 역전이 가능한 이 게임은 수년째 인기를 이어가며 장수 흥행작으로 거듭났다. 향후에도 이러한 전략성과 랜덤 요소를 가미한 업데이트로 이용자 파이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랜덤 다이스가 이제 누적 1천8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는데 동남아시아 등을 적극 공략한다면 1억 다운로드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1천800만 다운로드만으로 누적 매출 2천억원을 기록했는데, 1억 다운로드를 거두면 매출 1조원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백 대표는 자신에게 손을 내민 김강안 창업자에 대해서는 '하나에 빠지면 푹 빠지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게임 개발은 이런 사람이 해야 한다는 첨언도 했다.

"제가 게임업에 오래 있었지만 스스로가 크리에이티브가 뛰어나다고 보진 않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조화롭게 소통시키는 매니저라고 할 수 있죠. 반면 김강안 CCO는 크리에이티브를 바탕으로 새로운 장르를 만든 개발자입니다. 우린 서로 겹치는 게 없어서 팀워크가 잘 맞는다고 봅니다(웃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백영훈 대표가 그리는 '큰 그림'은 뭘까. 전 세계 이용자들의 스마트폰에 랜덤 다이스 IP 게임이 최소 1개씩 다운로드될 수 있게 하겠다는 나름 구체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대기업 출신 임원이 포텐셜 강한 벤처 기업을 글로벌 게임사 반열에 올려놓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며 "글로벌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로 적극 도움을 주면 또 한번의 빅 점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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