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결국 로봇이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에 설계부터 인공지능(AI) 로봇 서비스 탑재를 고려한 '로봇 친화형 빌딩'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상호 KT AI·DX융합사업부문 AI 로봇사업단장이 로봇사업단 출범 지난 1년 성과를 바탕으로 '로봇이 일상'이 되는 미래를 그렸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 KT 사옥에서 그를 만나봤다.
이 단장은 ABB코리아 로보틱스사업부를 거쳐 사업부 총괄을 역임했다. 지난해 KT로 옮겨서는 AI 로봇 사업 비즈니스모델(BM)과 상품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용자 삶의 변화를 이끄는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 단장은 "지난해 4월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실질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 8월부터 였으니 11개월 정도 됐다"면서 "목표를 좀 크게 설정했으나 코로나19확산으로 서비스로봇 시장이 위축됐고, 국내 로봇 제조업체들도 이제 막 준비 단계였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KT 가진 자체 역량으로 지금까지 시장을 끌고 왔던 부분은 분명히 있다"면서 "1년 전과 비교해 KT와 협력하고 싶다는 요청 사항이 많아진 것을 봤을때 '로봇 서비스 플랫폼'사업자로서의 포지션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KT는 로봇사업단 출범을 계기로 로봇사업을 단순한 제품 공급이 아닌 '로봇 서비스 플랫폼' 사업으로 정의하고, 디지코(DIGICO)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로봇 서비스 플랫폼'은 일종의 서비스 로봇 시스템통합(SI)다. 로봇서비스 기반이 되는 통신뿐만 아니라 ▲로봇 설치 ▲플랫폼 사용 ▲원격 관제 ▲매장 컨설팅 ▲현장 AS 출동 ▲전용보험 제공 등을 모두 제공한다.
이 단장은 "실외 배송 로봇의 경우 로봇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면 아예 운영이 불가한 상황으로, 관제나 원격제어가 필수"라며 "게다가 LTE가 아니면 로봇 운영 자체가 안되는 상황으로, KT는 로봇 사용성을 높일 수 있고 또 로봇 서비스 플랫폼을 구현하기 딱 좋은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스타트업들은 저희한테 서비스 플랫폼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따로따로 다 개발하는 데 너무 힘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니, KT가 그런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고, 이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플랫폼 프로바이더의 형태"라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1만대…케어·실외배송 로봇 본격화
KT는 서비스로봇, 방역로봇, 호텔로봇에 이어 케어로봇 '다솜' 그리고 실외 배송로봇 사업 확장에 힘을 싣는다.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총 1만대 판매 달성이 목표다.
케어로봇 '다솜'은 ▲영상통화 ▲데이터 통합 관리 ▲돌보미 연결 ▲식사지도 ▲복약지도 ▲운동지도 ▲응급알림 ▲음악감상 ▲말벗기능 ▲활동감지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는 통합 시니어 케어 로봇이다. 현재 수원시 65세 이상 노인 250가구, 경북 영덕군 독거노인 200가구 등에 보급됐다.
이 단장은 "케어로봇 '다솜'같은 경우는 정부사업으로 시작했지만, B2C 요청이 있어 B2C 서비스로 구성을 고민 중"이라며 "정부 사업과 달리 B2C가 되면 한달에 2만원이든 3만원이든 고객이 일정 요금을 내고 이를 사용하게 되기 떄문에, 고객 눈높이에 맞도록 어떻게 고도화 할까를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본격 확산 중인 케어로봇과 달리, 실외 배송로봇엔 규제 이슈가 있다. 현행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도로교통법 상 '차'에 해당해 보도·횡단보도 주행이 금지돼 있으며,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영상 등의 식별가능한 개인정보 수집·이용이 제한돼 있다. 이에 KT는 정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서울 강동구 그라시움 등에서 각 세대까지 음식·물품, 택배를 배달하는 실외 배송로봇을 실증 중이다.
이 단장은 "로봇을 자동차로 구분하지 말고 보행자 지위를 부여하게 되면, 자유롭게 횡단보도와 인도를 통과할 수 있다"면서 "현재 보행자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실증구역에서만 보행자처럼 다닐 수 있게 승인을 해 둔 상태로, 관련 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로봇 스타트업 육성 위해 목소리…민·관 협의체 참여
KT '로봇 서비스 플랫폼'에선 로봇을 조달해 줄 제조사와 협력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KT는 현재 베어로보틱스, 현대로보틱스와 제휴 중으로, 국내 스타트업·대기업 그리고 중국 기업과 제휴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이 단장은 역량있는 국내 로봇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엔 지원책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KT는 로봇산업진흥원, 로봇산업협회 등의 민·관 협의체를 통해 로봇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KT가 로봇을 확산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조사의 제품 생산관리가 안정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나 스타트업에선 이것이 현재로선 어렵다"면서 "이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로봇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 중에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로봇 기업 있다면, 생산 역량을 갖춘 대기업과 협업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에 제안했다"며 "이것이 현재 '공유 공장'이라는 이름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KT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로봇 제조사와 협력도 고민 중이다. 그러나 보안 문제는 주시하고 있다.
이 단장은 "일각에선 KT와 중국 로봇사와의 제휴를 기대하기도 하나, 중국 업체 중에 보안 이슈가 지적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러나 서비스 로봇이 돌아다니는 호텔, 혹은 식당에서 얻은 개인 정보가 실제 보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인가, 그리고 어떤 데이터가 유출되는 사례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대응할 필요는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KT에스테이트와 '로봇 아파트' 선보일 것
이 단장은 로봇이 특별하지 않은, 오롯이 일상 속 하나의 존재로 인식되도록하는 것이 로봇사업단의 궁극적인 사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최종 고객들이 내가 지금 로봇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저희가 제일 바라는 시나리오"라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과 로봇과의 인터랙션을 줄이는 방향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가 오거나 음식을 배달할때 로봇이든 사람이든 별 차이를 못느끼는 것, 그리고 20대나 60대나 태블릿PC 하나면 모두 쉽게 로봇을 통한 서비스 주문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또 점주 입장에서도 로봇이 수행한 일을 사람이 재차 검증할 필요가 없고 A/S 시 고객센터와의 번거로운 통화가 필요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로봇사업단은 이런 청사진을 KT그룹 전문 부동산기업 KT에스테이트의 호텔과 아파트·임대주택을 통해 구현할 방침이다. 이에 설계부터 로봇 적용을 고려한 '로봇 친화형 빌딩' 표준안 마련을 올해 과제로 삼았다.
KT에스테이트는 호텔, 임대주택, 아파트 등 다앙햔 개발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KT그룹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적용해 국내 최초 'AI호텔'을 선보인 바 있다.
이 단장은 "KT에스테이트와 '로봇 친화형 빌딩'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KT에스테이트가 신축하는 호텔, 아파트 등에 로봇 서비스 플랫폼을 기본적으로 탑재시키기 위해, 이의 표준화를 올해 과제로 연말까지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KT에스테이트가 새로 짓는 호텔 등은 처음부터 로봇과의 연동, 로봇의 동선을 고려해 설계하게 되는 것"이라며 "실내 음식 배달 로봇이 20대 50대씩 적용돼 있고, 커뮤니티에서 조리 로봇, 바리스타로봇이 기본적으로 구비가 된 아파트라는 것을 모델하우스 분양 소개서에 넣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리 기자(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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