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최근 소비자물가가 지속 상승하며 유통업계에서 특정 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복잡한 중간 유통과정을 대폭 줄여 가격을 단가를 낮추거나 일부 품목을 대량 구매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인플레이션 초반 일부 대형마트 위주로 진행되던 이런 흐름은 최근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27일 국정모니터링지표인 'e-나라지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으로 전월보다 0.7% 상승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5.4% 오른 것으로 확인된다. 이 때문에 5월 '경제고통지수'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5.4%)과 실업률(3.0%)을 더해 계산하는 수치다.
실제 지난달 장바구니 물가 조사 품목 가운데 80% 이상(144개 품목 중 119개)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형마트에선 수박 한 통 가격이 2만원을 넘었다. 1년 전과 비교해 20% 가량 오른 가격이다.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상 기후와 작황 부진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물류비 또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6월 소비자물가가 6% 마저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소비자물가를 선반영하는 생산자물가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5개월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흐름에 한국은행도 올해 연간 물가 전망치를 다시 수정했다. 종전 3.1%에서 4.5%로 대폭 올린 데 이어 2008년 글로벌경제위기 때의 4.7%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통업계에서도 물가를 낮추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직매입 비중을 높이며 물가 상승에 대비하고 있다. 이마트는 경기도 광주시에 2011년 준공된 이마트 미트 센터에서 각종 상품에 맞춰 분류해 자르고 포장한다. 이를 통해 포장당 가격을 10원씩 낮추고 저장 기간을 늘리는 식으로 가격을 낮췄다.
또한 이마트는 지난달 자체브랜드(PB) 수입 돈육 제품인 '노브랜드 바로구이'의 돼지고기 수입처를 덴마크에서 스페인으로 변경했다. 스페인은 피레네산맥 이남에 자리 잡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유행한 독일 벨기에 등과 달리 돼지고기 공급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직매입을 늘리고 사전 계약 등으로 원자재 인상에 따른 가격 상승분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광고비 등이 투입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국민횟감인 광어나 연어 가격이 출렁이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인 참치를 대량 구입한 뒤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선보였다. 현지 업체들과 사전 계약을 30번 이상 진행해서 이번에 물가 안정 참치회를 기획할 수 있었다고 롯데쇼핑 측은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농가와 직접 계약으로 참외 가격을 낮췄다. 보통 농산물은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복잡한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는데,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음으로 전년보다 25% 저렴한 가격의 참외를 선보인 것이다.
홈플러스 측은 현재 계약 중인 350개 신선농장을 700개까지 확대, 점차 품목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편의점업계도 최근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마늘, 고추 등을 소포장한 싱싱생생 상품 15종을 최근 출시하며 물가 잡기에 돌입했다. CU는 6월 한 달 동안 싱싱생생 상품을 10% 할인해 판매하기로 했다. 싱싱생생 상품의 가격은 900원에서 4천500원 수준으로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저렴하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싱싱생생 시리즈는 최신 설비를 갖춘 채소류 유통 채널인 만인산농협 산지유통센터와 직접 거래해 유통 이윤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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