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ERCG ABCP 소송전…한화증권 "전문투자자간 거래, 설명미비 없어"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관련한 금융사간 민사 소송 항소심에 주선회사인 한화투자증권 측 전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한화·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CERCG의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이 사모로 발행한 외화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약 1천600억원 규모 ABCP를 발행하고 판매하는 업무를 주선했다. 이후 CERCG의 부도로 ABCP가 교차부도(크로스디폴트)를 맞게 되자 ABCP를 사들인 일부 금융사들이 인수인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8민사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7일 오후 현대차·BNK·KB증권, 부산·하나은행 등 5개사가 한화·이베스트투자증권, 나이스·서울신용평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CERCG ABCP 매매계약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금 반환 항소심 3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한화투자증권 전 직원 심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앞서 심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CERCG로부터 52만5천만달러(약 6억8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원고 측은 심씨가 ABCP 발행 주선 업무를 하면서 CERCG캐피탈 측에 자금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또한 중국 내 위치한 CERCG가 지급보증하고 있지만, 역외 자금 송금을 위해 필요한 세이프(SAFE)가 등록되지 않을 위험성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현대차증권 변호인이 자금 조달의 용도에 대해 CERCG캐피탈 측에 문의했느냐는 질문에 심씨는 "컨퍼런스콜 당시 용도를 물었고, CERCG 홍콩법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워킹 캐피탈(일반목적자금)'이라고 답변했다"고 답했다.

현대차증권 측이 "CERCG캐피탈은 (자체 사업이 없어) 돈을 벌어서 갚을 수 없다.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누가 최종적으로 쓰는지 확인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자 심씨는 "CERCG캐피탈이 발행한 것을 본사가 지급(보증)하는 구조이기에 어떻게 상환할 것인지 물어볼 필요성을 못느꼈다. 회사 측이 말해준다고 해도 그 말을 100% 신뢰할 수도 없고 따로 확인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세이프등록 이슈와 관련해 심씨는 설사 등록되지 않더라도 CERCG 본사가 갖고 있는 역외자산이 충분하기에 이를 통해 상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증언했다.

심씨는 "중국 현지 법인으로부터 세이프등록에 문제 없을 것이란 의견서를 받았고, 등록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신용평가사 측의 요구 사항 등이 있었기에 문제 없을 것으로 봤다"고 증언했다.

현대차증권 측이 "세이프등록이 안되면 지급 보증 계약이 유효해도 실제로 돈은 지급되지 않는다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이 맞나"라고 묻자 "투자 상품에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번 사건은 세이프등록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CERCG의 디폴트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심씨는 2015년과 2017년 CERCG의 재무제표와 나이스신용평가 등이 발행한 기업신용평가서(ICR)를 바탕으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심씨는 "CERCG의 ICR에서 캐나다와 몽골에 역외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본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매출액과 총자산규모가 5조~6조가량 됐고, 현금성자산도 1조5천억원 등을 갖고 있어 건실한 회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헀다.

피고 측은 이번 사건이 CERCG의 유동성 결여로 인한 디폴트로 발생한 것인 만큼, CERCG캐피탈의 자금 사용 목적이나 세이프 등록 이슈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물적 담보가 아닌 인적 담보로 이뤄진 거래이고, 공모가 아닌 전문투자자들간의 사모사채인 만큼 투자설명 과정상 미비한 부분은 없었다는 취지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한화투자증권 측 변호인이 "자회사(CERCG캐피탈)가 발행한 자금을 자회사가 직접쓰는지, 보증인(CERCG)이 쓰는지 이전에 궁금해 하는 투자자가 있었냐"는 질문에 심씨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한화투자증권 측이 "현대차투자증권 직원 등을 비롯한 전문투자자들은 신용등급 신용평가서를 확인하고 CERCG의 상환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ABCP를 매수하는 것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 아닌가"라고 묻자 심씨는 "ICR이 존재했기에 분명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측 변호인이 "CERCG캐피탈의 회사채 등급은 A0가 나왔고, 발행되기도 전에 ABCP는 A20가 나올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이었는데, A20는 1.8%의 부도율을 가지는 우량회사다. A20 등급이 사실상 이 회사의 상환 가능성을 전문가들이 수치화해서 인지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심씨는 "채권 거래 전문가들은 채권 등급의 의미와 내용을 100% 인지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8월 19일 제 4차 변론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