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 초 오스템임플란트의 2천억원대 횡령 사건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에서 직원들의 일탈이 계속되면서 재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직업윤리가 훼손된 한편 한탕주의가 만연해 있는 분위기 속에 기업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올 들어 횡령 사건이 발생한 대표적인 기업은 오스템임플란트를 비롯해 LG유플러스, 클리오, 계양전기, 우리은행, 휴센텍, 아모레퍼시픽 등이다. 지난 1월에는 서울 강동구청에서도 횡령 사건이 터졌다.
오스템임플란트에선 자금관리 부서 팀장이었던 이모 씨가 2천215억원을 빼돌렸다. 강동구청에선 7급 공무원 김모 씨가 115억원 상당의 시설건립 자금을 횡령했고, 계양전기에선 재무팀 직원 김모 씨가 6년간 회삿돈 246억원을 빼돌렸다.
LG유플러스에선 팀장급 영업직원이 회삿돈을 최대 80억원을 횡령했다. 해당 직원은 대리점과 허위 계약을 맺은 후 수수료를 가로채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렸다.
화장품 업계도 횡령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클리오는 직원 횡령으로 2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특정 업체에 물품 대금을 개인 계좌로 수령하는 방식을 취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영업담당 직원 3명이 3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했다.
우리은행에서도 올해 614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기업개선부 차장이 6년에 걸쳐 수백억원대 횡령이 벌어졌지만, 범행을 저지른지 10년이 되도록 우리은행에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신한은행 역시 직원 횡령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12일 내부통제시스템으로 파악한 시재금 횡령 정황으로, 2억여원 규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에서 발생된 횡령·유용 사건은 지난 2016년부터 총 16건이다. 전체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농협은행(각 22건) 다음으로 빈도수가 높다.
이처럼 올해 횡령으로 적발된 직원들의 대부분은 대부분 '한탕주의'를 노리고 리스크가 매우 큰 투자처에 투자하거나 불법 도박 등에 자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코인시장 같은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이 한 몫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유독 횡령 사건이 많아진 것은 개인의 잘못이 크긴 하지만,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자산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도 원인이 됐다"며 "횡령은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중요시되고 있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큰 악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고로 인해 기업들의 손실도 상당하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공인부정조사사협회(ACFE)가 전 세계 125개국을 대상으로 2천504건의 부정 사건을 분석한 결과 사기 및 횡령으로 인한 기업 손실은 연간 매출의 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횡령 범죄는 환수도 쉽지 않고, 형량 역시 파장과 심각성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대법원에 따르면 횡령·배임죄의 양형기준은 ▲300억원 이상 5~8년(가중 7~11년) ▲50억~300억원 미만 4~7년(가중 5~8년) ▲5억~50억원 미만 2~5년(가중 3~6년) ▲1억~5억원 미만 1~3년(가중 2~5년) ▲1억원 미만 4~16개월(가중 10~30개월)에 불과하다.
횡령 범죄의 범죄피해액 환수율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발생한 횡령범죄 피해액 2조7천376억원 중 회수된 금액은 1천312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0.05%에 불과했다.
재계 관계자는 "횡령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는 '내부통제'가 부실하기 때문"이라며 "양형과 처벌 수준을 지금보다 더욱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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