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서 등에서 '초격차'를 강조하며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삼성전자에 이어 이번엔 금융 계열사들이 손잡고 '삼성금융發' 초격차에 나섰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 금융 5사들은 '삼성파이낸셜네트워크'라는 공동 브랜드를 공개한 데 이어 통합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했다. 빅테크 기업의 금융 진출 등 산업 융합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금융 계열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 속에 이를 바탕으로 타 업종과의 협업도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카드를 통해 고객 소비성향을 파악하고 보험과 증권, 자산운용사들의 자산관리 노하우를 접목한 정밀 맞춤 상품 등 출시가 예상되면서 국내 금융 시장 판도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 산업 융합 확대에 금융 경쟁력 제고…"계열사간 시너지 강화 시동"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가 14일 금융 통합 앱 '모니모(monimo)'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모니모는 하나의 계정으로 삼성금융 4사의 거래현황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는 '원앱(OneApp)' 서비스로, 각 사의 대표 금융상품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앞서 자산운용을 포함한 삼성그룹의 금융 5개사들은 지난 12일 공동 브랜드(BI)인 '삼성금융네트웍스(Samsung Fiancial Networks)'를 론칭했다. 새 브랜드는 '삼성' 표기 아래 금융 협업을 의미하는 '금융 네트웍스'를 함께 표기해 계열사 간의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것이 삼성금융 측 설명이다.
이러한 협업 강화는 빅테크 기업의 금융진출 등 산업 융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실제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모두 빅테크와의 경쟁을 화두로 내세우고, 디지털경쟁력 강화를 올해 목표로 제시했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보험산업 근간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빅테크까지 경쟁에 가세해 치열한 힘겨루기가 전개될 것"이라며 "올해는 새로운 상품과 혁신적인 서비스로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IT기업인 애플은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 신용카드 서비스인 애플카드 등 금융 서비스를 외부 금융 파트너사와 협력해 제공해 왔다. 향후에는 이를 독자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자체 결제처리 기술과 인프라를 개발하는 점도 삼성 금융이 손을 맞잡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도 최근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페이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카카오손해보험' 본인가를 획득했다. 소액 미니보험 등 디지털보험 시장에 우선 집중한 뒤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으로도 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역시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험업 진출을 추진 중에 있으며 토스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을 론칭했다.
금융데이터 분석업체 딥서치의 이성규 팀장은 "애플의 경우 은행업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IT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과 보험, 증권까지 금융업권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삼성그룹 역시 이에 대응해 금융업권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금융 관계자 역시 "삼성 금융 통합플랫폼 '모니모' 중심으로 향후 삼성 금융 계열사간 시너지 강화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생존을 위한 경쟁과 협력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미래를 고민해 온 삼성도 이번 금융사간 협업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고령화 시대 자산관리 강화로 승부수…'과잉해석' 시각도 제기
금융업계에서는 삼성금융 계열사들이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카드 결제 정보를 통해 고객 소비성향을 파악하고 보험과 증권, 자산운용사들의 자산관리 노하우를 접목한 초개인화된 맞춤 상품을 기획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생명보험의 장기상품과 더불어 증권사의 투자상품과 개인퇴직연금(IRP) 등을 종합 제공하면서 개인 자산관리 시장에서의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증권의 경우 다른 증권사가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에 치중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자산관리자산관리(WM) 부문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해 기준 예탁자산이 200조원에 육박하는 등 '자산관리의 명가'로 자리잡고 있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후대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생보사 장기보험을 통해 각종 위험을 보장하고 투자활동으로 자산을 불리는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카드사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 성향도 분석해 접목하면 개인에 집중된 초개인화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등에 업은데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지원 등 비금융 계열사와의 협업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산분리법으로 인해 은행사업을 하지 못하는 점이 단점이지만, 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들의 경우에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론칭과 동시에 대형 금융지주사에 육박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시작하는데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같은 독자적인 결제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등 확장성도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가 과잉 해석이라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래 계열사간 협업이 없었는데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협업사례가 있어왔다"면서 "현재까지는 토스처럼 한 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 정도로 보인다"며 지나친 해석은 경계했다.
/김태환 기자(kimth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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