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애플이 최근 제3자결제(외부결제)가 허용된 네덜란드의 데이팅 앱에 대해 수수료 27%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IT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발효 중인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의해 애플이 인앱결제 이외의 결제 방식을 허용하더라도, 30%에 달하는 인앱결제 수수료 못지 않은 제3자결제 수수료를 한국에서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오는 3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시행령이 공포되면 본격적으로 법 구속력이 행사된다. 업계에서는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운영사에 대한 사전규제적 요소를 시행령에 어느 정도 담아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실제 관련 내용이 시행령에 제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소비자시장국(ACM)의 명령에 따라 네덜란드의 애플 앱스토어에 유통되는 데이팅 앱에 대해 제3자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제3자결제시 결제수수료 27%가 적용된다. 인앱결제 수수료보다 3%p 낮다.
이는 구글의 제3자결제 수수료 정책과 유사하다. 당초 구글은 웹툰·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인앱결제를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되며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구글은 지난해 12월 한국 구글 플레이에서 제3자결제를 도입하면서 인앱결제(10~30%)보다 4%p 낮은 6~26%의 수수료를 적용했다.
IT·콘텐츠업계에서는 구글의 이 같은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제3자결제를 쓸 시 구글의 결제수수료에 더해 신용카드 수수료 2~3%를 따로 내야 하며 휴대폰 결제나 상품권 결제 시 수수료는 더욱 올라간다. 사실상 제3자결제를 이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제3자결제를 허용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업계에서 애플도 한국에서 구글과 유사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통과됐음에도 구글과 애플의 꼼수로 법 개정의 취지와 의미가 퇴색되는 상황"이라며 "외부결제를 허용하더라도 수수료율에 큰 차이가 없다면 외부결제 이용에 대한 의미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구글·애플의 이 같은 '꼼수' 방지를 위해서는 시행령을 통해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지난해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법 위반 소지가 일어날 경우 방통위 실태조사 후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사후규제에 중점을 뒀는데, 다양한 사전규제 방안 마련을 통해 구글과 애플이 법을 우회해 '꼼수'를 부리는 상황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열린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실효성 제고 관련 토론회'에서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제시스템과 결제수단, 결제방식 등의 명확한 용어 구분 ▲인프라와 결제수단 이용대가 등 정보 공개 의무화 등을 사전규제 방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구글이 제3자결제 수수료를 인앱결제 수수료보다 불과 4%p 낮게 설정할 수 있었던 이유로 법상 '특정한 결제방식'이라는 용어가 애매하다는 점이 지목됐다. 이에 대가를 지불하는 방법인 '결제수단'과 이용자가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인 '결제시스템'을 구분하고, 결제수단뿐만 아니라 결제시스템의 독점까지 금지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웹툰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실효성 제고 관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윤선훈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6b611e7deabec.jpg)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제3자결제 시스템의 허용과 관련한 내용을 실질적으로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테면 웹 결제 등 제3자결제 시 판촉활동에 제한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미국 상원 법사위를 통과했다는 데 주목한다. 법안은 미국에서 5천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앱 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사에 대해 자사 결제수단 이용을 유통 조건으로 요구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자사 운영체제(OS)와 엮어 앱 마켓 운영을 하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이용자들이 제3자가 제공하는 다른 앱 마켓을 통해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한국에서 시행되는 법에 비하면 사전규제 요소가 여럿 담겨 있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이 시행령에 실제 포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해 11월 입법예고된 시행령 초안과 비교해 일부 항목을 제외하면 주요 내용에 대한 변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설사 법이 발효된다고 해도 실효성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생각하는 핵심 내용들이 빠져 있어 법이 시행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행령을 보면 사실상 구글이 특정한 결제 수단(인앱결제)을 강제한다고 해도 놔두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일부 항목에서는 업계 의견을 약간이나마 수렴한 모양새다. 시행령과 관련해 의견서를 냈던 한국웹툰산업협회의 서범강 회장은 "방통위와 규제개혁위원회 등을 만나 저희가 제출한 의견서에 담긴 내용들을 최대한 봐 달라고 강조했다"라며 "시행령을 일부 확인한 바로는 의견서에 담긴 내용이 어느 정도는 반영된 것으로 보였으며 현재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본심사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플 측의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세부 이행방안을 기다리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방통위에 법 이행 세부계획을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바 있지만 아직 실제로 내놓지는 않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 측에 계속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앞서 제3자결제를 허용한 구글에 대해서도 수수료율 등 결제방식 관련 현황 등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시행령은 올해 3월 15일 공포된다. 이달 초 규개위 예비심사를 마쳤으며 일부 항목은 본심사로 넘어가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본심사는 오는 11일 진행 예정이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