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선수들에게 역정을 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지난 1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2021-22시즌 도드람 V리그 OK금융그룹과 원정 경기를 치렀다.
1, 2세트를 연달아 내주면서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 뒤집기 승부를 보였다. 3~5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3-2로 역전승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경기 후 현장 취재진과 가진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2세트 작전 시간(타임아웃)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최 감독은 당시 타임아웃 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가 너무 풀리지 않더라. 답답한 나머지 선수들에게 화를 낼 번 했는데 그러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 선수들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이날 팀내 최다인 25점을 올리며 역전승 주역이 된 허수봉은 "결과적으로 그때가 계기가 된 것 같다"며 "3세트부터 다시 잘 시작하자고 나도 다짐했고 팀 동료들도 그랬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현대캐피탈은 3세트 중반까지 OK금융그룹에 끌려갔다. 그러나 해당 세트를 듀스 끝에 가져오며 반전 발판을 마련했다. 허수봉은 "3세트 이후에는 정말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최 감독이)항상 강조하고 자주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며 "아무리 말을 해도 선수들 스스로 바뀌어야하고, 우리들 끼리 고비를 잘 넘어가야하고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의 침묵은 메시지가 됐다.
수비와 서브 리시브를 통해 이날 소속팀 승리를 뒷받침한 박경민(리베로)도 "일부러 말을 안 하신 것 같다"며 "솔직히 2세트가 끝난 뒤만에 해도 오늘(11일) 경기는 패할 줄 알았다. 그런데 3세트부터 생각이 바뀌었다"고 얘기했다.
최 감독의 타임 아웃 침묵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돼 리빌딩 중인 팀 상황에 맞춰 행동을 한다. 또 다른 예가 경기 도중 테크니컬 에이리어나 코트에 서있지 않고 벤치에 앉는 장면이다(여자부 신생팀 페퍼저축은행 사령탑인 김형실 감독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플레이 도중 자꾸 벤치쪽을 바라보는 상황이 나온다"며 "경기에 더 집중하고 스스로 플레이하는 걸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2연패를 당할 위기를 잘 넘어간 현대캐피탈은 1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삼성화재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삼성화재는 5연패를 끊은 뒤 최근 2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 2위팀인 대한항공, KB손해보험에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했다.
현대캐피탈에게도 쉬운 상대는 아니다. 지난 3라운드까지 두 팀 상대 전적에서는 현대캐피탈이 2승 1패로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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